딸아! 너의 눈에는

vol.6

by 영복

학교에서 근무하면, 1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내 나이를 포함해서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 변하지 않는 루틴 때문일것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월별 루틴이 있다. 3월에 진행되는 학교설명회, 5, 6, 10월 진행되는 교생 실습, 1, 2 학기 현장체험학습 등 하나하나 다 나열하면 끝도 없지만, 이 중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설명회이다. 학교가 궁금한 학부모님들은 보통 저학년, 특히 아이를 처음 키우시는 학부모님들이시다. 이런 분들께 1년간의 학교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본인 자녀의 교실에서 한 시간 가량의 수업을 참관하게 하는 행사인데, 나름 학교에서는 큰 행사에 속한다. 당신의 자녀가 수업에서 얼마나 잘하며 또 열심히 하는지 보고싶어, 회사에 연차까지 내고 오는 부모님들도 있다. 그런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기 위해, 그 자식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 부모와 최대한 닮은 학생을 한 번이라도 더 발표시키려고 노력한다. 나름 15년차 서비스직의 노하우이다.

참관 수업을 마치면 교실에서도 학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 내가 항상 보여드리는 그림책이 있다. 그 그림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원하는 자녀의 특성을 고를 수 있는 마트에 간 한 부모는 그들의 아이가 가졌으면 하는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아이를 ‘구매’한다.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아이, 잠을 일찍 자는 아이, TV 대신 책을 읽는 아이, 공부도 잘하고 예의 바른 아이 등이 그 부모가 구매한 아이의 특성 목록이었다. 부모가 원하는 완벽한 아이의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는 아이는 단지 한 번의 투정을 부리지만 이 모습을 본 부모는 바로 아이를 반품하러 간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오히려 아이는 자신도 완벽한 부모를 고를 수 있냐고 묻자 당황한 부모님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학부모님들에게는 이처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 것이 아니듯이, 부모님도 집에서 학생들을 너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지 말라며 전문성을 띈 교사의 이름으로 훈계 아닌 훈계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인데,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는 서둘러 자리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그 부분에서 끝나면 뭔가 찜찜하다. 부모는 아이를 부모의 생각대로 키워서도 안되지만, 아직 성장하지 않은 아이의 판단만을 믿고 오냐오냐 키울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자의 극단적인 예는 가스라이팅이고, 후자의 극단적인 예는 방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은 부모됨의 무게였다.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학대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는 것은 교육이다. 그 교육은 아이의 맑고 동그란 눈에 부모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는 일로 실현된다.

앞으로 태어날 우리 딸의 눈망울에는 오고 가는 계절의 아름다움이 충만했으면 한다. 부모인 우리의 세대보다 더 살기 힘들어져 하늘 한 번 보기도 힘든 퍽퍽한 세상일테지만 그 막막함 속에서도 4월에 피는 벚꽃, 여름 창에 부는 7월의 여름 소리,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 주는 풍요로움과 포근함을 온 몸에 꼭 담아낼 수 있기를 감히 바라본다. 덕분에 나는 어제도 행복했고, 오늘도 행복하며,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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