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o. 사랑스러운 아빠에게

내년 생일이 당연히 오지는 않는다 #10

by 진동글

아빠에게

아빠 안녕. 어느덧 아빠가 죽은 지 곧 10년이네. 아빠 거긴 어때? 아빠도 보고 있겠지만 나는 취업도 하고, 어느새 결혼도 했어. 기억나지?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남자친구 말이야. 아빠가 잘생기고 훤칠하다고 엄청 마음에 들어 했잖아.



결혼식에 엄마 혼자 혼주로 앉아있을 때는 사실 조금 많이 슬펐어. 내가 결혼할 때 아빠가 없을 거란 건 생각도 못했으니까 말이야. 그치만 아빠 딸은 씩씩하게 엄마 손 잡고 입장했어. 장하지? 아빠가 있었음 더 재밌었을텐데.



아빠 그거 알아? 나 결혼하고 우리 다 같이 가족사진을 찍은 적이 있어. 그날 즐겁게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쩐지 눈물이 나더라고. 아빠가 없는 가족사진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아빠가 없는 우리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까 갑자기 울컥했던 것 같아.



아빠, 내가 아직 이래. 상담도 받고, 건강하게 잘 이겨낸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 겨울이 되면 기분이 가끔 우울해져. 아빠가 사고 났던 날 갔던 병원이 생각나기도 하고. 아빠 생일이 있기도 하고, 기일이 있기도 하잖아. 나는 원래 겨울을 좋아했는데 겨울이 오는 게 조금 두려웠던 적도 있어. 아빠가 물밀듯이 생각나서 말이야.



아빠, 사실 나 아빠가 죽은 날을 떠올리며 얼마나 자책을 했는지 몰라. 만약 내가 바이올린을 계속했다면 아빠가 사업을 하지 않았고, 그럼 아빠가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그날 내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아빠가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까?



한때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면 괜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어. 아빠가 없는데 내가 행복해도 되는 건가. 정의 내릴 순 없지만 그런 마음이 들더라. 그것도 꽤 오랫동안 말이야.



그치만 아빠. 나는 이제 아빠가 죽은 날, 아빠가 행복했을 거라고 믿기로 했어. 아빠는 회사 책상 대신 자유롭게 일하는 그날이 좋았을 거야. 아빠가 좋아하는 커피를 차에 꽂고 일하러 가서 좋았을 거고, 나랑 육회에 소주 먹을 생각에 신났겠지?



아빠, 그래서 나는 이제 어제보다는 오늘을, 내일보다도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어. 당장 내일 내가 죽게 되어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기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말이야.



아빠의 죽음에서 거창한 진리를 깨닫진 못했어. 그치만 적어도 행복하게는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사랑하는 우리 아빠, 그 곳에서도 늘 즐겁게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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