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의 장모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상가(喪家)에 가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퇴근 직전, 근무 중인 아파트 전기실에서 단락 정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내가 담당자였기에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고 바로 사고 처리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예상보다 처리가 길어졌고, 결국 친구의 상가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보니,
수배전반과 진공차단기, 기중차단기, 변압기 등 각종 기기를 조립하면서 작업자들이 일부 도구를 부스(전기가 흐르는 구리 동판) 위에 올려둔 채 철수하였습니다.
최종 마무리 점검 시 발견하지 못하였고,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수전 후 기중 차단기 조작 과정에서 충격으로 도구가 떨어지면서 단락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고생하며 작업했지만, 마지막 마무리를 소홀했던 탓에 큰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새 기기를 교체하는 데 큰 비용이 들었고, 신뢰도 일부 잃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겪으며,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의 명예를 모두 잃는 안타까운 모습을 종종 봅니다.
평생을 인권 변호사로, 서울 시민을 위한 시장으로 살아온 박원순 님.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며 살아온 정치인 노회찬 님.
그들의 삶이 얼마나 값지고 빛났는지를 알기에, 더욱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아무리 훌륭한 삶을 살아왔어도, 끝이 흐려지면 그 모든 빛이 흐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내 삶의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마무리하고 있는가?
작은 방심 하나가 내 인생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오늘도 스스로를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