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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 출간 후 생각 들(7. 수면제)

by 종구라기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이 참 많습니다.

예부터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그중에서 저는 ‘잘 자는 것’, 잠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면증.

이 단어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고통이 느껴집니다.

다행히 저는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5분 안에 잠드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예외는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회사 승진 시험을 앞두고, 일찍 자려고 누웠건만 머릿속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고, 가슴은 조용한 듯 뛰고, 눈은 감겼다가도 다시 떠지고…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평소엔 잘 자는 사람도 긴장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잠 못 이루는 밤을 겪게 됩니다.

반대로 평소에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도 몸이 너무 피곤하면 쿨쿨 잠들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우리 집 행랑채에 세 들어 살던 형이 있었습니다.

그 형은 불면증으로 늘 밤을 뒤척였습니다.

어른들 말씀이 떠올라, 저는 말해주었습니다.

“형, 몸이 피곤하면 잠이 잘 온대요.”

형은 며칠 동안 막노동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잠을 잘 자기 위한 수면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아에겐 엄마의 품, 모유와 자장가가 수면제입니다.

개구쟁이 아이에겐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가,

학생들에겐 가끔은 수업 시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군인에겐 고된 훈련이,

신혼부부에겐 밤의 운동(?)이,

연예인이나 재벌에겐 안타깝게도 프로포폴이 수면제가 됩니다.

예배 시간엔 목사님의 설교가,

우리 아버지와 저는 조용히 켜둔 TV가 가장 좋은 수면제입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방식이 있습니다.

어쩌면 삶의 방식만큼이나, 잠드는 방식도 모두 다릅니다.

잠을 잘 자는 것,

그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질과 감정, 건강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당신의 수면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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