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 퀴즈 하나 내볼게요.
침대에서 행해지는 사랑의 행위인데 반드시 피를 수반합니다.
무엇일까요?
정답은 헌혈입니다.
살짝 엉뚱하고 웃기지만, 이 퀴즈 하나로 헌혈에 대한 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기 전까지 헌혈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2가지입니다.
첫째, 어머님의 말씀이었습니다. “헌혈하면 몸에 좋지 않다.” 부모님의 말씀을 순종하였기에 헌혈을 안 했습니다.
둘째, 이것이 진짜 이유입니다. 무서웠습니다. 바늘도, 피도.
군 복무 중 휴가나 외출을 받아 집에 오고 갈 때,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늘 서 있던 헌혈버스를 보며 그 앞을 은근슬쩍 피해서 돌아가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되었고, 헌혈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어머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불효자가 될지언정,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더 큰 사랑을 선택하였습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한 번은 현장 관계자들과 단체로 헌혈을 하러 갔으며 헌혈의 집이 잠시 마비된 적도 있었습니다. 또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옷이 피로 물든 상태로 왔다가 다시 헌혈의 집을 찾은 경험도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군 입대를 준비하던 직장 후배의 입대 가산점을 위해 함께 헌혈하러 갔는데, 정작 그는 신분증을 준비하지 못해 헌혈을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헌혈하고 기념품을 받았지만, 그는 신분증 없어 헌혈도 못하고 빈손이었습니다.
헌혈을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하고, 당일 컨디션도 좋아야 합니다. 또 해외 일부 지역(예: 동남아)이나 국내 특정 지역(예: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다녀오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야 헌혈이 가능합니다.
헌혈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전혈: 우리 몸의 피를 직접 뽑는 방식. 약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성분헌혈: 피를 뽑아 필요한 성분만 분리하고 나머지는 다시 돌려주는 방식. 약 30분 소요됩니다. 예전에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 2주마다 가능한 성분헌혈을 자주 했지만, 요즘은 혈액원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혈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헌혈을 하면 작지만 기분 좋은 혜택도 있습니다. 영화 관람권, 문화상품 권, 화장품 세트….
덕분에 저는 30년 동안 화장품을 산 적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간 기능, 콜레스테롤, 혈액 검사 등 기본적인 건강 체크도 되니 건강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봉사시간 4시간 인정, 일부 직장에서는 공가나 휴가도 가능하고, 헌혈 횟수에 따라 적십자사에서 훈장도 줍니다. 저는 지금까지 50회 이상 헌혈을 해 적십자 헌혈 유공장(금장)을 받았습니다. 헌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줍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실천이고, 나의 건강을 점검해 주는 건강 지킴이이며, 과자와 화장품, 영화표까지 챙겨주는 작은 행복의 보너스입니다. 무섭다고 피했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지금은 감사한 마음으로 헌혈 침대에 눕습니다. 피는 나의 일부이지만, 그 일부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이 됩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침대에서 행해지는 사랑의 행위”에 도전해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