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잘하는 일
“넌 참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진짜 몰랐어?”
“왜 안 물어봤어요?”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난 단순하지 않다.
알고 있었기에 물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은 ‘무지’이다.
물론 그것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실제로 알고 느끼는 것은 더 많기 때문에 머리가 자주 고장 난다.
그래서 요즘은 나 자신이 어렵다. 정말 단순한 건지 단순해 보이는 건지 나 조차도 알지 못한다.
아빠의 손이 떨리면 아빠는 손을 숨긴다.
나는 봤지만 일부로 시선을 아빠의 얼굴에 둔다.
엄마는 멍을 때리면 눈이 슬퍼진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왜 멍하니 있는지 장난스럽게 물어본다.
동생은 새로 물건을 사는 법이 없다. 일찍 돈을 벌고 있는 나와 달리 돈만 쓰는 것에 눈치를 본다. 학생이면서.
나는 물건을 사고 1+1이라며 늘 건네곤 한다. 난 필요 없다를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런 집에서 나는 오늘도 모른 척해야 하는 게 늘 생긴다.
근데 내가 이런 생각을 감추고 사는 걸 가족들은 진정 모를까.
나란 아이도 이렇게 눈치가 빠른데, 한 집에 사는 우리 가족들은 마냥 모를까.
우리는 다 서로를 속이며
감정을 절제하고 살고 있다.
근데 난 안다.
내가 제일 잘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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