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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latONG Jun 11. 2024

크리스마스의 악몽

파킨슨을 아세요?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한겨울의 악몽을 떠올려본다.

퇴사를 앞둔 내가 겪어야 하는 것 중 가장 힘들었던 건, 나의 사람들과의 이별이었다.


특히 나의 아이들과의 이별이다.

나의 직업은 유치원교사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은 여러 행사가 있는 바쁜 달이다. 아이들의 연말 공연을 준비하고, 새해를 앞두고 학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눠야 하며, 겨울 방학 전 아이들의 짐을 미리 정리해두어야 한다.

이 일들을 제쳐두고 마냥 슬퍼하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인 만큼 더 온 정성을 쏟고 더 완벽한 마무리를 보이고 싶어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밤, 엄마가 잠들기 전 내 방을 찾아왔다. 엄마도 바빴다. 하루하루 내 기분을 어루만져주고 격려해 주느라. 그런데 그날은 엄마의 표정이 읽히지가 않았다. 어쩌면 읽고 싶지 않았던 걸 수도 있다.


“병원 검사받고 왔는데....”

“........ 응”

“그게 맞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네”

“......... 아빠는 알아,,,?”

“아빠는 아직.... 결과가 나오면 말하려고.”

“그래...”


가슴이 찢어진다. 그날의 공기가 되살아난다.

엄마는 그날 이후 눈물이 더 많아졌다.

나는 더 쏟아질 눈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는 아빠를 뒤로하고 엄마와 나는 끅끅 눈물을 삼키듯 뱉었다.


아빠의 병을 가장 먼저 의심한 건 엄마였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엄마는 아빠의 구부정한 자세, 손의 떨림, 지속되는 잠꼬대를 여러 번 지켜보았고 인터넷으로 한 병을 의심했다.


우리 아빠는 파킨슨병 환자다.


앞으로 자주 등장할 이 병은 치매와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퇴행성 질환이다.

이 병을 처음으로 기술했던 ‘제임스 파킨슨’ 영국 의사로부터 그 이름을 따왔다.

행복호르몬 중에 ‘도파민’이라는 것이 있다. (아마 연애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아실 것 같다.) 도파민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폭발적으로 분비되며, 사람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는 호르몬이다. 이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면 생기는 병이 바로 파킨슨병이다.


이 병은 바로 앓는 것이 아닌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그 말은 우리 가족이 이 병을 오래오래 봐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악몽이라고 믿고 싶어도 이 모든 건 현실이고 난 오늘도 그 현실과 마주한다.


앞으로 그 현실과 하루하루 살아가야 한다.


앞으로 난 산타 할아버지 보단 파킨슨 할아버지에게 기도하지 싶다.


파킨슨 할아버지,

우리 가족한테 평범한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세요.

우리 아빠의 시간을 조금만 천천히 가져가주세요.

밥도 잘 먹고, 부모님 말도 잘 들을게요.


무엇보다 절대 울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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