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함은 아우라다
고백건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섹시하다. 혹은 섹시한 분위기, 섹시한 이미지, 섹시하게 생겼다.는 말이다. 남녀 불문하고 같은 성별인 여자에게서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떠올리는 섹시하다.는 의미로 나를 해석하고자 함은 아니다.
무튼 살면서 남녀 불문하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매력.과 섹시함이었는데 나의 무엇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하는 것일까.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눈이 반짝반짝인다는 것. 눈이 무언가 묘하다는 것. 눈에서 오는 것 같다고 하고, 목선과 쇄골, 전반적인 몸의 체형과 얼굴, 자세에서 느껴지는 무어라 설명할 수 없지만 날 딱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섹시하다.는 말을 경계하지 않는다. 해석하고 의미두기 나름이지만 섹시하다.의미는 내 해석으로는 긍정적인 말이며,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말들 중 하나다.
이유인 즉슨, 섹시하다.는 말은 듣기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 지금의 나는 사람들을 볼 때 그 사람의 눈, 눈빛, 눈동자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눈동자가 맑고 매력적인 사람은 내 기준에선 아주 섹시한 사람.이다. 남녀 불문이다.
가장 최근에도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나는 전형적인 한국적인 동양적인 예쁜 얼굴은 아니나 다소 이국적인 그러나 아주 매력적인 얼굴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닌척도 겸손한척도 않고 나는 "감사합니다."하는데, 어떨 땐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라도 보면 하나같이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데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해주곤 한다.
내가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촘촘하게 분석해보기로 했다. 우선 나는 여름만 되면 자연 햇볕에 더 그을려지는 바, 그 계절이면 태닝하셨어요?라는 질문을 아주 자주 받는다. 나는 태생적으로 까무잡잡한 구릿빛 피부를 가졌고 색조화장은 하진 않지만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하는 걸 잊지 않고 구릿빛 피부 덕분에 탄력있는 몸으로 보이기까지 한단다.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 쇄골, 목선 라인이니 여름엔 그곳이 드러나 보이는 그런 요소들도 분명 외적인 이유일 수 있겠다.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데 소질 있다.
내가 해석한, 내가 정의한 섹시한 여자.는 외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분명한 건 외면과 내면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그 섹시함.이 나올 수 없다는 것.
나의 섹시한 여자.에 대한 해석은 이러하다. 내면이 섹시할 것. 내면이 섹시하지 않은데, 생각이, 태도가, 마음이 섹시하지 않은데 외면이 섹시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면이 섹시한 여자가 외면도 섹시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내게 섹시한 여자 혹은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 일이 비틀어 들리는 게 아니라 외려 들으면 기분 좋은 단어가 된다.
섹시함은 아우라다.
섹시함에 대한 짜릿한 해석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래서 나이 들어갈수록 섹시한 남녀에게 더 마음이 가고 설레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고로 내가 생각하는 섹시함이란, 아름다움. 멋짐. 아우라. 분위기.와도 동의어가 된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섹시하다.는 말을 곧잘 듣는 나로서는 긍정적일 수밖에. 이런 의미에서의 섹시함, 언제든 환영이다.
섹시함의 근원은 단 하나다. 고로 섹시한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나 자신을 아는 것.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것.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것." 이거면 언제 어디서든 올킬이다.
부쩍 깨닫게 된 건, 밖에 나가 놀던 시절도 다 한 때.라는 것. 나를 더 알게 되면 될수록, 나를 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내 안의 나와 더 가까워질수록, 내 삶의 통찰과 깨달음이 많아질수록, 나는 밖보다 집에 머물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의미있고 가치있고 즐겁고 재밌다. 고독은 나의 벗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고독은 은둔의 시간이 아니라 내겐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나와 내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 내 삶을 유지하게 하는 호흡과 쉼의 시간이다. 이런 점에서 나의 이 고독을 다른 무엇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어쩌자고 또 이렇게 섹시함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해 고독으로 끝나는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모르겠는, 그러나 이게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 생뚱맞음에 미소 짓고 만다. 이러니 내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무튼 섹시한 여자.란 나이 들어서도 내가 결코 잃지 않고 싶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다. 지금도 섹시한 사람일 것. 나이 들어서도 섹시한 사람일 것!. 내가 본, 내가 경험한 파리의 할머니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