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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Jun 21. 2024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는 방법

자두 풍년이다. 어젯밤 자두 2팩을 사다 놓아 아직 넉넉한데, 조금 전 녹색잎 채소 좀 살까 싶어 들린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치커리 1봉을 집어 든 찰나 저 너머로 자두가 날 불렀다(헛것이 보인다거나 제 정신이 아닌 것이 아니다^^). 진짜는 자두가 또 먹고 싶다. 사고 싶다의 마음이 맞겠다. 


무튼 과일 코너에 가서 싱싱한 자두 1팩을 사왔다. 그러곤 볼 일 보러 왔는데, 웬걸 아는 분이 자두가 가득 든 봉지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나는 놀랄 수밖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게. 그러면서 무척이나 흐뭇해하며 "어맛, 자두 풍년이네!! 세상에나 우주가 내가 자두가 이토록 먹고 싶어한 마음을 알고 이런 선물을!"했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호들갑 떠는 것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러나 무심하게 그러나 반갑게 미소 짓는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걸 우주는 늘 이런 방식으로 내게 말을 건다. 내 앞에 나타난다.  


돌아오는 길에 자두 한가득이다. 나는 이런 마음이 진짜 부자 아니고 무엇이겠는가.한다. 정말이지 무엇이 부족한 삶이고 무엇이 풍족한 삶일까. 진짜 풍족함은 풍만함은 충만함은 내 안에 있는데. 우리는 너무 자주 이런 순간순간의 행복을 너무도 쉽게 놓친다. 외면한다. 


나 또한 그랬던 시절이 있었기에. 우울과 방황의 시절이 있었기에. 그 시절의 나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사라지고 없다. 지금 이 순간. Being. 존재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순간순간을 감탄하고 감흥하고 감사해하면 행복은 절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내 안의 참나가 진아가 에고가 사라지는 순간 순수앎 그 자체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듯. 


이 자두 하나에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부자된 기분일까싶지만 진심으로 그러하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보니, 남과의 비교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아무 소용없는 일인지. 내 삶을 나답게 내게 맞게 살아가면 되는 일. 


나는 요로코롬 자연스럽게 술술 몰입하며 글쓸때의 나를 보고 있자면, 내 삶의 철학자다 싶다. 참 희한하리만치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과 경험과 사건이나 물건 어느 것 하나 내 사유와 사색의 주제가 되지 않는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삶을 통찰하지 않게 되는 것이 없다.


길을 가다가도 사람들의 군상에서도, 자두 하나에, 나무 한 그루에도, 내 곁을 맴도는 나비 한 마리에도, 그 모든 것이 하나다라는 생각과 함께 내 사유와 사색은 시작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은 하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그러니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세상 만물 모두가 경이롭고 존귀하다. 


순간순간 살아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삶은 절로 펼쳐진다.

절로 펼쳐지는 삶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를 내맡기는 일. 

순간순간 즐겁게 충실한 삶을 살되, 펼쳐지는 것엔 내맡기기. 수용하기. 감사하기.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들이다. 


오늘 것 까지 합하면 자두 양이 꽤 상당하다. 

자두 수프를 만들어보자. 레시피 테스트를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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