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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26. 2024

농밀한 사색의 이유

어젯밤 택배가 도착했다. 며칠 전 주문한 작은 종지 그릇 3개가 도착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난 동그라미를 좋아해.^^ 포장을 뜯으면서 신이 났다. 꺄악 모습을 드러낸 그릇 3개 귀엽고 앙증맞고 예뻤다. 이토록 예쁠수가. 내가 딱 원하는 것이었다. 내 취향의 것이었다. 


어제 일임에도 그 느낌이 생생한 것 무엇. 그릇들을 씻으러 부엌으로 가면서도 룰루랄라. 씻으면서도 룰루랄라. "어쩜 너무 예쁘다아! 아쿠 예뻐!" 연신 감동하고 감탄했다. 


작은 그릇 3개에도 감탄과 감동을 한다. 생각이 바뀌면 인식이 바뀌면 관점이 바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이토록 아름답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나를 이토록 즐겁게 설레게 하는 그릇에게 고맙고 그 자체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나라서도 감사하다. 


헝겊으로 물기를 잘 닦아내곤 그릇장에 가지런히 두었다. 그만할 때도 됐건만 그릇들을 제자리에 놓으면서까지 예쁘다아.라는 말을 놓지 않았다. 나란 사람이란!


그러면서 이 그릇들이 나에게 온 이유가 다 있겠지. 너도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여기에 있고 나도 너를 선택했기 때문에 여기에 있다.했다. 너와 나도 하나다.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든 것은 인연이다. 너와 나도 인연이다. 너와 나는 하나다.로 사색이 깊어졌다.  


이 바이브로 푹 잘 자고 일어났다. 새벽 배송으로 도착한 잡곡을 불려놓고 단호박을 쪘고 청양고추로 피클을 담갔다. 매일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있고 신선한 식재료로 건강한 레시피를 만들고 있는데, 내 요리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단맛은 찜을 통해 재료 본연의 단맛을 내거나 꿀을 넣는다. 설탕이나 다른 조미료 없이도 충분히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할 수 있다. 향신료와 허브로 이국적이고 고급스런 맛을 더한다. 올리브 오일, 코코넛 오일, 소금, 후추, 비니거, 향신료, 허브만으로도 풍족한 맛을 낸다. 


요리하다보니 취향 저격 그릇엔 환장하게 된다. 이 또한 나의 낭만이니 마음 껏 충만하게 즐긴다. 그릇구경 그러다 내 취향의 것 하나를 나름 까다롭게 선택해 사는 일. 이런 낭만이 없으면 어떡하나.한다. 


며칠 전, 좋아하는 접시가 설거지하다 깨졌다. 떨어뜨려 깨진 것은 아니었고 설거지를 하면서 발견한 것이었다. 언제 깨어져 나갔을지 모르겠는, 깨진 자국의 살갗이 동그랗게 똑 떨어져 나간 게 눈에 확 띄인 것이다. 순간, "어맛!"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버리지 않을 마음이었고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아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깨지면 또 어떤가. 그럴려니 그랬겠지. 


버리지 않고 평소처럼 잘 쓰고 있는데, 아무렴 어떤가.나는 너와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내 마음이 여전히 이 그릇을 향하고 있으니 내 마음이 원하는대로, 이끄는 대로, 절로 펼쳐지는 대로. 그릇 하나에도 사색하고 사유하는 내가 되었다.


사색은 내 고독의 근원이기도 한데, 지금의 나는 사색하지 않는 삶은 상상할 수 없고 사색과 하나가 되었다. 의도한 적은 없었고 절리 그리 된다는 게 맞다. 지저귀는 새소리에도, 흔들리는 바람에도,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도, 빗방울에도, 컵 하나를 바라보더라도 질문하게 된다. 그러다 내 질문은 깊은 사색으로 이어져 더욱 농밀해진다. 


농밀한 사색은 내 삶을 더욱 농밀하게 한다. 이 나이쯤 나의 사색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데, 예정돼 있었는데 과거의 나는 그 사실을, 그 원리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색이 농밀해질수록 내 인식도 뚜렷해지고 선명해진다. 


경험하는 모든 것, 내가 인식하는 모든  대상은 내 사유의 소재가 되고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신기한 건 글쓰기 할 때, 글을 써야지.라는 마음에 쓴 것이 없다. 오감으로 느끼고 느껴지는 것들이 나를 자연스레 글쓰기로 이끈다. 글도 쓰고 싶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기운이 동해야 한다는 것도. 고로 내 글쓰기엔 내 기운이 담겨있다는 것도. 


농밀한 사색은 끝은 나를 아는 것. 나라고 인식하는 대상을 알아차리는 나. 텅빔 속의 텅빔 안에서 충만한 것. 있음. Being(존재)의 상태다.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과 현존, 존재의 드러남. 

농밀한 질문은 농밀한 사색을 가져온다.  


사색하는 삶은 아름답다. 

사색하는 삶은 감사하다. 

사색하는 삶은 친절하다. 

사색하는 삶은 다정하다. 

사색하는 삶은 상냥하다.  

사색하는 삶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그 인식의 전환은 내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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