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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Aug 28. 2024

나를 용서하기

잠을 푹 잘 잤다. 하루 이만 오천보를 넘게 걷게 되면 그날은 꿀잠 예약이다. 요즘 루틴은 이러하다. 오전 6시쯤 공원에서 1시간에서 1시간 삼십분 정도 걷는다. 아침 햇살을 듬뿍 맞고 온다. 그러곤 조금 있다 아침을 차린다. 매 끼니 직접 해먹어서 뚝딱한다하지만 그래도 이삼십분은 족히 걸린다.


어젯밤 미리 소분해 스테인리스통에 넣어둔 둔 식재료들을 꺼냈다. 코코넛오일 듬뿍 넣고 애호박과 미리 삶아둔 병아리콩을 한 데 섞어 간을 맞춰 볶았다. 살짝만 삶아둔 고구마를 총총 썰어 솥밥을 했다. 청양고추와 된장과 갖은 재료를 섞어 쌈장을 만들었다. 큰 그릇에 한 데 넣어 비빔밥을 완성했다. 이토록 간편한데ㅡ 이토록 맛있을수가.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어젯밤 잠이 솔솔 밀려와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꺄악. 가을이 왔다.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이 왔구나. 며칠 새 이렇게 공기가 달라질 수가. 이 또한 계절의 운명이고 필연이다. 어느 것 하나 인연이지 않은 것이 없겠다. 법정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봄이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 온  것이다."


피부관리엔 그 어떤 것보다 숙면이 맞는 것이. 푸석푸석한 얼굴이 금세 하루만에 좋아질 수 있는 건 잠 뿐이다. 자기 전 정말이지 푸석해진 피부결을 보고선 안타까워했는데 잠을 푹 자고 일어나니 꺄악. 모든 것이 가라앉았다.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편인데, 무슨 일인지 벌컥벌컥 500ml짜리 생수를 단숨에 들여 마셨다. 꺄악. 모든 것이 조화롭기만 하다. 세상은 잘 만 돌아가고 있다.


일을 안한지 벌써 3주째가 됐다. 일주일이 가장 좋았고 이주차가 되니, 어맛, 나 이래도 되는 건가.싶은 오래된 습이 어김없이 훅훅 올라와  몸과 마음을 뒤흔들어놓기 일쑤였다. 오늘 3주차에 접어드니, 외려 덤덤한  무엇. 여행을  좋아하는데   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다. 해외는 커녕 국내로도 정말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실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안했다는 것이 맞다.


주말을 이용해 1박2일이라도 국내 어디로든 떠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조차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지쳤다는 것으로, 온갖 핑계와 합리화로 나는 그렇게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지냈음을 시인한다.


분명, 쉬기로 하면서, 이번엔 진짜로 내가 원하는 걸 해보자. 도전해보자.라고 다짐했는데, 생각만하지 말고 하고 싶은게 있으면 당장 배우고 행동하자. 움직이자.고 다짐했건만, 선택 앞에 결제 앞에 고민하는 나 자신을 보며, "에이쿠야. 아이구 두야. 너 정말..." 망설이는 내게, 주저하는 내게 야단하는 나를 알아차린다.


쉴 땐 제대로 쉬는 것이 모든 면에서 유리하거늘, 내게 도움이 되거늘, 나 자신과 좀 더 촘촘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거늘, 나는 또 다시 망설이고 있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에 집착하는가?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무엇을 놓지 못하고 있는가? 결국 맥락, 핵심은 하나다.  


무엇이라도 일을 다시 시작하면 분명 지금과 같은 시간적 여유는 요원할텐데 웬일인지 오늘은 불현듯 떠나자. 떠나라!.하는 내 안의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떠나겠는가. 떠나고 싶으면, 지금 떠나야 하는 것이다. 다음에, 나중에,는 실은 실체 없는 소리일 뿐이다.


평일 제주행 비행기표를 찾아보니 추석전까지 가격이 아주 합리적이다. 엄마가 제주도로 떠난지, 제주도민이 되신지 꽤 되었다. 엄마 보러 제주도에 다녀올까. 일단 환경을 바꿔보자. 새로운 흐름을 타는 것중에, 새로운 기운을 얻는데, 기운을 새롭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 중 하나가 여행이다.


어디든 티켓팅을 하는 순간, 내 여행은 바로 시작되는데, 그 설렘은 여행의 독보적인 독자적인 것이다.

비행기표를 보고 있으니, 이토록 설렐일인가. 설렐 일이다. 이러다 정말 떠나겠다.


원하는 걸 해보는 것. 도전하는 것. 도전.이라는 명사가 주는 언어 특유의 무게감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도전에 대해 그리 심각할 게 있을까. 까짓거 뭐. 이런 생각이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겠다. 가벼이, 쉬이 생각해보자면 하루에도 우리는 수십 번, 수백 번을 도전하는 셈이다.


아침 6시면 꼬박 일어나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산책하는 것, 날 위한 커피를 내리는 일, 매 끼니 직접 음식을 해먹는 일, 제 일을 잘 하는 일, 어느 것 하나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도전은 도전이고 도전이 아닌 것이 없다. 글쓰기도 도전이고 독서도 도전일 수 있다.


종종 주변에서 묻는다.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해?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어..." 나는 글쓰기를 배운적도 어떤 화려한 기교도 없다. 쓰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내면소통의 도구가 내겐 글쓰기 였기에 어찌보면 생존과도 같은 것이었다.


쉬이 생각해야 한다. 결국 나.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관찰하면 보인다. 절로 인다. 산책하다 만난 호랑나비 한마리도 내겐 소재고 아이스 카페 라떼 한모금을 마시고 난 뒤 그 달달함을 느끼면서도 한 생각이 일으켜지고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대화하면서도,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보게 된 나와 같은 소시민적 삶의 군상에서, 그 모든 것이 내겐 글쓰기의 소재가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진짜 내 이야기라면 어려울 것이 없다. 이토록 쉬운 것이 없다. 글쓰기에도 익숙함이 필요하다.


불현듯 나를 용서하기.를 제목에 넣어놓고 글을 주르륵 써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벌써 이만큼 길어졌다. 이럴 때 보면 정말이지 내 안의 글쓰기 괴물이 있는건가. 무엇이 이토록 강렬하게 이끄는 걸까.싶다.


요즘 나의 화두는, 나를 용서하는 것이다. 지난 우울도, 여전히 잔잔하게 때로는 거세게 불어오는 우울도 결국 본질은 하나다. 자기 비난, 그리고 이전만큼은 아닌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자기 비난때문이다.


나를 용서한다는 건, 나의 부족함도, 나의 결핍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살다보니 이토록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어서야. 가끔 요런 생각도 든다. 마흔 코 앞에 와서야 이렇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은데, 나이에 어떤 정신적 성숙, 영적 성장의 레벨이 있기라도 한건지. 왜 더 일찍 스물, 서른에는 알지 못했던가.하는 역시나 이제와 의미 없는 생각들이 일때가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뭐 어때. 몇 주째 쉬고 있는 거, 손놓고 있는 거 아니야. 게으름 아니야. 이래도 괜찮아. 저래도 괜찮아. 그 누구도 날 판단할 수 없어. 어떤 결심을 하게 되면 결국 해낼꺼니까. 도전할테니까. 그러니 내려놓아. 놓아버려. 흘러버려. 이 순간을 즐기지 못했던 걸 언제까지 반복하며 후회만 할텐가.


나를 용서하자. 나의 부족함과 결핍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존중하자. 나는 언젠가 죽는다.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자. 여기에 머물면 그 어떤 것에도 두려울 게 없거늘, 불안하지 않거늘.


나를 용서할 줄 알아야 삶이 변한다.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담 용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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