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lievibes Oct 21. 2024

vie 30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모~ 지금 집에 와 줄 수 있어? 이모 사랑해!"

초2 첫째 조카가 언니 전화로 매일 전화를 한다.

항상 끊기 전 마지막은 꼭 이모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조카가 고맙다.


5살 둘째 조카와 이야기하다보면 몽글몽글한 문장들을 마주한다.

얼마 전 산책하면서,

"이모는 울 유겸이 엄~~~~~~~~청 사랑하쟈나~!"

"내가 더 많이 사랑하잖아~!"


말을 알아 듣기 시작한 후부터 비쥬를 알려줬는데 그렇게 프렌치 비쥬는

둘째 조카와의 인사 시그니처가 됐다.   

뚱마카롱을  볼에 각각 하나씩 넣은듯한 복스런 양볼에 하는 비쥬는 무척이나 명랑하고 활하다.


둘째 조카와 대화할 때 가장 편안하다고 할까. 가장 안정적이라고 할까.

가장 깨끗하다.

군더더기 없다.

가장 시시하다.

가장 유치하다.

가장 웃기다.

가장 순수하다.

가장 힘이 덜 들어간다.

B급 감성의 웃음코드가 숨어 있다.

해석할 필요가 없다.  

판단하지 않는다.

구분짓지 않는다.

경계가 없다.


그 언어의 핑퐁은 유머가 되고 웃음이 된다.

나도 꼭 5살난 아이가 된다.

 

각자가 지닌 순수한 언어의 나열로 총체적 난국을 마주한다.

배꼽잡고 자지러지며 대환장의 축제로 끝난다.   


이런 순수를 만나는 일이라면, 나는 언제라도 아이가 되고야 만다.


대화하다,

"이모는 똥 좋아하지?"를 하는가 하면 곧바로 "똥"에 관한 이야기로 시시한 언어들이 조립된다.

촤이모가 일순간 "똥촤"로 불리게 되는 마법.


"쉿~ 비밀이야." 둘만의 비밀은 얼마나 많은지. 비밀도 실은 굉장히 시시한 것들이다.

이토록 시시해서 그 순백의 순수는 모쪼록 지켜주고 싶은 것이 된다.


어제는

조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그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앉은 채로 조카를 꼭 안아 볼을 맞대었더니 하는 말,  

"이모 나 사랑해?^^"

 

순수와 사랑 그 자체다.

굴리지 않는다.

그 순수는 영혼의 맑음이겠다.


어른의 나이가 되어도 시시로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정말이지 유익하다.

무릎을 탁.칠때가 있다.

어느 날은, 조카의 언어가 너무도 직관적이어서, 시같아서 기억하고 싶어 잊지 않고 싶어 적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의 언어는 이토록 따숩다.

갓 나온 붕어빵의 팥속살처럼.


어린이의 세계는 따수운 세계다.

아이들의 세상엔 사랑.밖에 없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모든 걸 녹아내리게 할만큼 강력한 세계다.


어린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참 따수워지겠지.

삼켜진 슬픔도 곧 사랑과 하나되겠지.

웃음이 모든 걸 물러서게하겠지.   

사랑이 모든 걸 녹여버리겠지.

사랑이 모든 걸 희미하게 하겠지.








 





 

이전 29화 vie 2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