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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ynn May 18. 2023

화해 요청

인드라의 궁전


만일 종이에서 종이가 아닌 모든 것을 뺀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이 하나가 나오기 위해서 나무가 있었을 것이고 그 나무가 자라기 위한 햇볕이 있었을 것이며 때 맞춘 비도 있었을 것입니다이러한 모든 것은 종이 자체가 아닙니다. 


그럼 이런 것들이 모두 없다면 그 종이는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관계동참의 의미입니다. 관계동참을 우주의 절대진리로 말한 것이 불교의 연기법이며 관계동참 의인화해서 지성을 가진 인격적 존재로 본 것이 유교의 상제(모든 신들의 우두머리)이며 신도의 무스비(맺어짐)인 것입니다.


하늘 최고 신인 인드라의 궁전에는 그물이 있습니다. 이 그물의 그물코는 종횡무진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매듭에는 크리스탈이 달려있습니다.


이 그물을 하늘 최고 신인 인드라가 공간에 펼칩니다. 그리고, "빛이 있으라"라고 말합니다. 빛이 비치자 이 그물에 달린 크리스탈들이 서로가 서로를 비춥니다. 이 눈부심이 우리 모두인 것입니다.


어떤 크리스탈 하나가 원인이 아닙니다. 인드라망에는 원인과 결과가 없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를 되비추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사건의 원인은 바로 우리 모두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모두가 모두를 되비춘 결과로 이 세상은 존재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출처 : 네이버카페 유교제가 『당신에게서 당신이 아닌 모든 것을 없앤다면....』 발췌


이 글을 읽고 더 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싫지 않아 졌다. 엄마나 아빠가 내 피 붙이기 전에 사람으로 이해 되었다. 


그리고 성난 파도처럼 덤벼들기만 한다 싶던 세상이 나에게 조금 상냥해지는 것 같았다.


내 삶이 내 업보(카르마)의 결과라 여겼기에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의문을 품고 했던 답 없는 질문 하기를 멈추게 되었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원인이 없이 그냥 랜덤으로 일어날 뿐이며 이를 통제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애쓰지 않아도 되어서 숨의 여유가 생겼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내 책임이라는 의미가 이해가 되니 받아들여졌다.


내가 삶을 개척하고 삶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착각에서 깨어남으로써 맞지도 않은 역할을 맡고 서 있던 연극무대에서 해방된 느낌이었다.


삶이란 생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행과정이며 삶이 나의 주체라는 것을 배우게 됨으로써 이제 나의 삶이 나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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