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동행자 이야기 3 - 하준이 동생 이야기
“내놔~”
“히~허~(싫~어~)”
“엄마 오빠가 내꺼 가지고 가서 망가트리고 있어.”
“기쁨아 양보해줘~”
“왜 맨날 내가 양보해! 내가 동생인데 왜 내가 양보해!”
“…… 오빠가 잘 모르잖아~ 양보 좀 해줘~”
“왜 맨날…… 힝……”
우리 집은 항상 이렇다. 잘못은 오빠가 하는데 혼은 내가 나고 양보도 내가 한다. 이런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충격적 이게도 자기는 오빠한테 양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친구 집에 놀러 가니 실제로 오빠라는 존재는 동생이 돌볼 대상이 아니었다. 놀라웠다. 빗방울이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고, 자동차들이 모두 거꾸로 다닌다고 하면 믿겠는가? 나에게는 지금 상황이 모두 그렇게 말도 안 되게 보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엄마가 많이 기뻐하셨다. 나는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해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에 몇 년 다녀보니 알 수 있었다. 엄마는 학교에서 오빠를 챙겨줄 수 있는 존재가 생긴 것에 대한 기쁨이 더 컸던 것 같다. 이젠 그걸 알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차피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친구들이든 선생님이든 결국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 나는 오빠의 알림장이 되어서 엄마에게 주절주절 이야기한다. 가끔 기억이 나질 않아서 머뭇거리면 엄마가 화내듯 다그칠 때도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내 얘기를 가장 열심히 들어주는 때가 이때뿐이기에 마음을 빨리 추스르고 가능한 한 더 많이, 더 자세히 말한다. 그게 초조한 엄마를 편안하게 해주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엔 오빠가 화장실에 자주 가고 있다. 어제 허겁지겁 먹은 고기가 덜 익었었나 보다. 그러게 더 기다렸다가 먹으라니까 결국 이렇게 탈이 났다. 사실 이런 날은 나도 예민하다. 상태가 안 좋은 오빠가 학교에서 실수할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더더욱 그렇다. 왜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 2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에 오빠가 교실에서 대변 실수를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아~ 뭐야~ 애들 보는데 왜 하필 쉬는 시간이야~’ 그래도 다행히 오빠네 교실에 어떤 분이 계셔서 바로 처리가 된 것 같다. 그런데 문득 궁금했다. 매번 오빠 옆에 있으면서 오빠가 소리치고 고집을 부려도 눈 깜빡 안 하시고, 식판이 바닥에 내팽개치고 휙휙 날아가도 무던하게 바위처럼 서 계시는 저분은 누굴까? 오빠가 화가 나면 난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는데 저분은 우리 오빠가 무섭지 않나? 어떨 때 보면 우리 가족보다 오빠를 더 잘 알고 오빠를 잘 진정시켜 주는 분 같아서 고맙고 대단하다. 나도 저분처럼 오빠를 잘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