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동행자 이야기 2 - 하준 아빠 이야기
어느 날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질책했던 상사와 마주쳤다. 도깨비를 닮은 그 상사는 오늘도 나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
“영민씨! 잠깐 내 방으로 갑시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상사의 방까지 가는 동안 내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생각해 봤다.
‘보고서가 빠졌나? 아니면 제안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혹시…… 뒷말을 들었나? 대체 갑자기 왜!’
그렇게 상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상사는 조용히 커피믹스를 탔다. 숨 막히는 3분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상사가 말을 꺼냈다.
“내가 우리 집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
“당연히 없으시죠.”
“나에겐 다 큰 아들이 하나 있네. 그런데 내가 아이 크는걸 못 봐서 그런지 단둘이 있으면 어색해.”
“부장님은 가족들에게는 잘하시잖아요.”
“가족들에게는?”
“아…… 제가 실수했네요.”
“농담이야. 아무튼, 예전엔 왜 그랬는지 아내랑 많이 다퉜어. 그땐 대부분 아들의 일 때문이었어. 정확히 말하면 아들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은 나 때문에 그런 거지……”
“장애요? 아…… 왜 갑자기 그 이야기를 저에게……”
“지나가다가 자네가 계단에서 아내랑 통화하면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네. 예전 내 모습과 똑같아서 꼭 말해주고 싶었고.”
“아 들으셨군요? 네…… 요즘 제가 고민이 많아요.”
“그렇지…… 자꾸 이유를 찾으면 후회만 발견한다네, 대신 방법을 찾으면 결국 희망이 보일 걸세.”
“맞아요…… 자꾸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내 아이가 장애가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치 않아. 내 아이를 또 다른 나로 받아들이기보단 독립적인 인격체로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아이의 삶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게.”
“독립된 인격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부인이야. 앞으로 많은 도전이 있을 텐데, 자네가 부인의 등대가 되어주면 자네 가정에는 행복이 찾아들 걸세……”
“네…… 부장님……”
“또 말이 길었군. 궁금하면 언제든 찾아오게나!”
“네 부장님…… 먼저 말을 꺼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