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동행자 이야기 3 - 하준이 동생 이야기
“똑똑똑”
“왜….”
“엄마 들어가도 돼?”
“언제부터 노크했다고 그래. 들어와.”
“우리 기쁨이 많이 속상하지? 오빠 자고 있으니깐 엄마랑 이야기해 보자”
“오빠 차례가 끝나야 겨우 내 차례가 오지?”
“……미안해…… 오늘은 마음에 있는 말 다 해줄래? 엄마가 다 들어줄게.”
“……”
“말해봐. 오늘은 엄마가 우리 기쁨이 이야기 다 듣고 싶어서 그래.”
“난 엄마가 나를 보면 웃어줬으면 좋겠어….”
내 한마디에 엄마의 눈에 눈물이 차고 있었다. 난 더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아……) 그래. 우리 딸. 엄마에게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엄마는 내가 말할 수 있도록 힘을 냈다. 그래서 난 오늘 나의 속마음을 다 꺼내기로 했다.
“…… 난 항상 오빠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해. 나도 사람이야.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이 있어. 나도 소중한 존재잖아. 나도 엄마 딸이라고. 내가 엄마의 육아 동지가 아니라 엄마의 또 다른 아이인데 왜 난 맨날 오빠의 또 다른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진짜 억울해. 그럴 거면 차라리 나를 먼저 낳지. 그러면 오빠가 태어나기 전까지라도 내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다 받았을 거 아냐. 그럼 억울하지나 않지! 난 태어날 때부터 단 한 번도 오빠가 없던 적이 없었다고! 오롯이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고!”
“……우리 기쁨이 많이 속상했겠구나? 사랑받지 못하다고 느꼈겠구나…… 엄마도 기쁨이가 많이 양보하고 노력해 주고 참아주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엄마가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우리 기쁨이가 엄마를 대신해서 오빠를 많이 돌봐주고…… 오빠는 엄마가 챙겨줘야 할 부분이 참 많다…… 그치? 그래서 엄마가 정말 미안해……”
“……”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짜증 가득한 말을 해버렸다. 너무 미안했다. 조금만 참았으면 되는데, 내가 마음 아픈 우리 엄마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해서 속상했다. 생각에 잠긴 엄마가 이어서 말했다.
“엄마는 기쁨이가 우리에게 와준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 오빠가 장애를 판정받고 아빠가 오빠의 장애를 겨우 인정하던 시기였어. 엄마는 많이 지쳤고 앞이 막막했어. 그런데 우리 기쁨이가 태어난 날, 엄마는 정말 행복했어. 엄마에게 너는 축복이었고 기쁨이었어. 엄마를 다시 살게 해 준 게 우리 기쁨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우리가 이렇게 한 가족으로 힘차게 살고 있는 거야. 우리 기쁨이가 아니었으면 엄마는 이렇게 힘내서 살지 못했을 것 같아. 기쁨인 엄마에게 행운이야. 다만 오빠는 엄마의 힘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그 힘이 우리 기쁨이에게까지 다 못 가게 된 것 같아. 미안해. 엄마는 직장에서도 항상 우리 기쁨이를 생각해. 그리고 우리 기쁨이 앞에서 오빠를 챙길 때마다 ‘우리 기쁨이도 오빠처럼 챙겨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해. 엄마랑 아빠가 우리 기쁨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끔 더 표현하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나의 하나뿐인 소중한 딸!”
나도 친구들처럼 부모님에게 마냥 의지하며 어린아이처럼 지내고 싶다. 지금은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이 오빠 때문에 많이 힘들다. 나까지 부모님을 힘들게 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게 문제다. 차라리 엄마, 아빠가 왜 힘들어하는지 모르면 소리 지르고 화라도 낼 텐데, 내가 뻔히 알면서 그렇게는 도저히 할 수 없다. 그동안 나는 오빠의 부모도 오빠의 동생도 아닌 이상한 존재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엄마의 말을 들으니 그동안의 오해와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난 엄마를 힐끗 봤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엄마도 나처럼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꼭 껴안아 주며 울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났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그날은 그렇게 엄마 품에 안겨서 조용히 잠이 들었다.
오늘은 우리 반에 전학을 온 특수학급 학생에 대한 장애 이해 교육이 있는 날이다. 같은 반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처음이라 이런 장애 이해 교육도 처음이다. 종이 울리니 우리에게 교육을 해주실 분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들어오셨다.
‘어? 어디서 많이 보던 분인데? 아, 맞다! 오빠 옆에서 바위처럼 계시던 분!’
“자 여러분 오늘 장애 이해 교육을 해주실 특수교사 김석현 선생님이세요. 잘 듣고 많이 배워봅시다. 박수~.”
처음 들어본 장애 이해 교육…… 이거다! 내가 엄마와 오빠를 이해하고 도울 방법이 여기에 있었다. 나도 저 선생님처럼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 나도 바위처럼 단단해져서 우리 집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