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동행자 이야기 4 - 특수교사와 또래도우미
결국, 협의는 잘 마무리하였다. 재발 예방의 한 방법으로 또래 도우미를 선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있고 난 이후에 또래 도우미를 선발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이들은 될 수 있으면 민호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눈치다. 일주일이 넘게 또래 도우미가 선발이 안 되고 있다. 나는 초조함에 통합학급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통합학급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민호 통합학급 담임 한지수예요. 많이 기다리고 계셨죠?”
“네 지수 선생님. 제가 마음이 좀 급해서 못 기다리고 메시지를 보냈네요.”
“선생님, 아이들이 또래 도우미 하기를 꺼리네요.”
“그렇죠…… 그럴 것 같았어요. 아무도 없죠?”
“아뇨. 그래도 다행인 것인지 딱 한 명이 지원했어요……”
“오! 다행이다.”
“그런데…… 마땅한지를 잘 모르겠어요……”
“누군데요?”
“혹시 은석이 아실까요?”
“아뇨, 근데 누구든 다 괜찮아요! 어떤 아이예요?”
“민호 옆에 앉아 있던 아인데…… 아실 거예요. 덩치 큰 아이요.”
“아…… 혹시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아이요?”
“네 맞아요. 방금 은석이가 찾아와서 자기가 또래 도우미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민호를 무섭게 쳐다보고 있어서 약간 걱정이 되는데…… 어쩌죠?”
“아…… 어쩔 수 없죠…… 우선, 제가 대화를 해볼게요. 괜찮으시면 은석이한테 점심 먹고 개별학습 2반에 내려오라고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선생님…… 괜찮겠죠?”
“하하하 네…… 선생님…… 애들인데요. 뭐~”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노란 머리의 남학생이 들어왔다. 그렇게 은석이와 처음으로 만났다. 나는 약간의 걱정된 마음으로 은석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안녕. 네가 은석이구나?”
“……”
“은석이가 또래 도우미를 지원해줬다던데 맞아?”
“……네”
“그래 은석아 고마워.”
“……네”
“혹시 또래 도우미에 지원한 이유를 말해줄 수 있을까? 지원 동기 같은 거.”
“……”
“은석이가 말하기 어려우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면 은석이가 해줄 일은…….”
“저…… 같았어요.”
“응?”
“민호가 소리 지르는 모습이 제 모습 같아서 도와주고 싶었어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방황하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은석이처럼 그런 관심으로 특수교육을 시작했었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연결하는 느낌이 들었다. 편견 가득히 짜놓은 나만의 시나리오랑 다르게 흘러갔다.
“그래! 은석아! 그 마음이면 민호에게는 너무 좋은 또래 도우미가 생긴 것 같아. 앞으로 잘해보자! 파이팅!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내려와!”
“네…… 그런데 제가 뭘 해야 해요?”
“아 맞다! 그걸 얘기 해줘야지? 하하하. 은석이가 해줄 일은 민호를 관찰하면 되는 거야.”
“관찰? 그냥 보고 있으라고요?”
“은석이는 보고 있는걸 잘하던데? 그날도 민호를 계속 보고 있던걸?”
“아, 그건 궁금하기도 해서요.”
“맞아! 만약에 은석이는 급하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떻게 해?”
“빨리 달라고 말해요”
“그럼 만약에 목이 아파서 말을 못 하는 상황엔 어떻게 달라고 할까?”
“말을 못 하니깐…… 글쎄요…… 때릴까요?”
“아…… 그래…… 비슷할 수도 있겠다. 민호가 말로 표현을 잘 못 하니깐 행동으로 표현하거든. 그날도 가지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달라고 표현할 줄 몰라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
“아 그런 거구나? 나랑 비슷하네?”
“맞아 우리 모두 다 비슷해. 그래서 민호의 행동을 관찰하면 뭘 말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어. 특히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하면 왜 그랬는지, 뭘 원했는지 전부 다 알 수 있는 거지.”
“네 그럼 관찰하고 그다음엔 뭘 해야 해요?”
“민호가 특별한 행동을 하면 왜 그런 것 같은지, 뭘 원해서 그랬던 것 같은지 그 상황을 또래 도우미 일지에 적어서 보여줘.”
왠지 잘할 것 같기도 한데 뭔가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은석이를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