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오빠의 발자취를 따라간 곳에 있던 아이 (1/3)

PART 2. 동행자 이야기 4 - 특수교사와 또래도우미

by 북울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중에서





『말아톤』, 『그것만이 내 세상』, 『오아시스』, 『포레스트 검프』, 『코다』, 『글러브』, 『블랙』, 『그녀에게』……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고 있는 이 영화들은 나를 사명감이 가득하게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삶은 특수교사로 향하게 했다.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한 나는 매해 특수학교로 자원봉사를 다녔다. 장애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교생실습도 나가면서 특수교사가 나의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얘들아 내가 너희들을 성장시켜 줄게! 기다려!’라고 다짐하면서 학교에 출근하는 날만을 꿈꿨다.

“안녕하세요. 저는 특수교사 이기쁨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호기롭게 시작한 인사와 달리 아이들 적응은커녕 내 몸 하나도 적응시키기 버거웠다. 밀려오는 행정업무를 순서 없이 처리하다 보니 마감을 놓치기 일쑤였고,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려고 해도 딱히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부서 부장님에게 물어보면 ‘저는 잘 몰라요. 선생님이 전문가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전문가였다. 불안했다. 매일매일 야근을 하면서 전문가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내가 학부 시절에 바라본 학교란 곳은 ‘교사와 학생들이 행복하게 수업을 하는 사랑이 넘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행정업무가 반이었다. 다행히(?) 주변 선생님들도 같이 바쁘니깐 참고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 사실 행정업무만 하면 다행이다. 통합학급에서 연락이라도 오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따르릉~, 따르릉~”

“특수교사 이기쁨입니다.”

“선생님, 민호가 교실에서 소리 지르고 있어요.”

“왜요?”

“모르겠어요. 빨리 올라와 보세요.”


나는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1층에서 4층까지 뛰어 올라갔다. 처음 본 광경이었다. 오늘 아침 몸 상태는 괜찮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민호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특수학급에 데리고 가려했지만, 바닥에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주머니에 민호가 좋아하는 젤리 인형이 있어서 민호 손에 쥐여주고 함께 심호흡했다. 소리 지르기는 조금씩 잠잠해졌지만 그사이 수업은 시작되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냥 아이를 바닥에 두고 나갈 수도 없고 계속 이러고 있으려니 민폐인 것 같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나랑 민호는 그렇게 바닥에 앉아서 수업시간을 다 채웠다.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람이었을 뿐, 이 일은 같은 반 학생의 학부모 민원을 통하여 사건으로 다뤄야 했다. 긴급 협의회를 통하여 그날의 전후 사정을 들었다. 민호가 친구의 반짝이는 스티커를 말없이 가져간 게 시작이었다. 당연히 친구는 자신의 스티커를 도로 뺏었고, 민호는 계속 스티커를 가지고 가려고 하면서 일이 커졌다. 듣고 보니 둘의 마음이 다 이해가 되었다. 하마터면 싸우는 상황까지 갈 뻔했는데 때마침 통합학급 담임선생님이 등장하셔서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keyword
이전 17화17. 태어나보니 특별한 오빠가 있었다.(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