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늘 그렇게 말했지만, 진짜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첫 발령지에서 3년, 그리고 전근.
나와 짝포 멤버들이 함께 학교를 옮기게 됐다.
어디로 이동할까 고민하던 중, 동기였던 특수교사가 메신저로 화답했다.
“우리 학교로 와. 특수교사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분위기도 괜찮아.”
너무 매력적이라 고민도 안 하고 그곳에 전근 신청서를 썼다.
희망 지역은 비교적 인기 없는 곳, 중·고등학교 중에서 당연히 ‘고등학교’를 체크했다.
정황상 내가 그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결과는 중학교.
고등학교는 정규교사 2명이 빠지는 자리였고, 중학교는 정원 외 기간제 자리였다.
그런데 그 고등학교가 모두 정원 외 기간제로 바뀌었다.
알고 보니, 인사 총괄 교감선생님이 중학교 교감이었다.
예상대로 남자 특수교사라는 이유로 막판에 조정된 거였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인수인계를 받으러 갔다.
하필 교감선생님은 인상이 좋았다.
'불만 있다고 말도 못 꺼내겠네!'
전임 특수교사는 명랑하게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학생 5명이에요. 재학생 둘, 신입생 셋. 그중 한 명은 완전통합 학생이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점 이상했다.
“재학생 중 한 명은 조현병이 있어서 수업 참여가 어려워요. 통제도 안 되고, 소리 지르고, 울고, 물건 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가요.”
“그럼 어떻게 해요…?”
“작년엔 제가 손잡고 다녔어요. 그런데 힘이 세져서 자주 놓쳤어요.
"놓치면요?"
"놓치면 체육선생님들이 도와주셨어요. 아직까진 도로 쪽으로 가진 않았어요.”
"아~그래도 겁이 있나 보네요~"
"아뇨. 운 좋게 그전에 잡았어요."
"아... 다행이었네요..."
다음은 신입생.
“한 명은 점점 거동이 힘들어지고 있다네요. 근이영양증 같기도 하고요. 식사도 도와줘야 하고, 화장실도 변기에 앉혀 줘야 하고요.”
나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허리디스크 수술한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세 번째 학생은 자해 성향이 있다고 했다.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때리고… 손톱을 뽑는데요."
"손톱을 뽑아요? 손톱이 10개인데 그럼 손톱이 없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암튼 초등선생님한테 그렇게 전달받았어요.”
전임 선생님은 마치 가벼운 야외 행사 인수인계하듯,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뭐지? 아... 가뜩이나 배정이 이 학교로 바뀌어서 기분 찜찜한데.. 약 올리는 느낌이 드네?'
'교실은 왜 이렇게 엉망이야?'
마음이 불편했던 나는 그렇게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며 인수인계를 받고 있었다.
그 감정이 얼굴에 묻어 나오지 않게 통제해 가며...
그날 이후 개학일까지 잠이 잘 안 왔다.
수업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식사는 어떻게, 이동은 어떻게 할까, 통합학급엔 들어갈 수나 있을까?
보조 인력이 한 학교에 1명도 배치되기 힘든데, 2명이라는 게 불안하더라니...
그리고 개학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복도에서 책상이 넘어졌고, 한 학생은 “싫어! 나 안 해!” 소리치며 운동장으로 향했다.
사회복무요원이 뛰어가 잡았고, 나는 따라붙었다.
교실로 돌아오니 어떤 학생이 자기 반에 있는 휠체어를 탄 학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전하러 왔다.
그 순간, 교실 안쪽에서 쿵 하는 소리.
"머리 때려요?"
또 다른 학생이었다.
첫날부터 한꺼번에 몰아쳤다.
교생실습을 했던 ‘중증 장애 특수학교’가 생각났다.
"여긴 특수학급인데... 통합교육이 될까?"
전쟁 같던 일과가 끝나고 퇴근하기 전 교실 앞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감당하지?”
그래도 하루는 어떻게든 지나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기록으로 남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잘 해낼 수 있다’는 말보다
‘이건 좀 벅차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날이었다.
"막막하다... 그래! 부적응이 있잖아! 1년만 하고 도망가자!!"
첫날의 나는 부적응을 꿈꾸며 1년만 버티기로 다짐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너무 겁이 났기에 굳게 다짐했다.
이 학교에 4년이나 있을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