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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교감

선생님들에게 아닌 나 자신에게.

by 이창수


한 학기를 돌아보며 내가 교감 역할을 제대로 했나 생각해 본다.


불편한 편의점에 등장하는 독고씨처럼 교직원들의 불편한 점을 들어주었나 반성해 본다. 특히 선생님들의 애로점들을 들으려고 했나 생각해 보니 얼굴이 화끈해져 온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귀를 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척 아니 내 일에 바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지 않았나 싶다.


학교라는 곳이 편의를 제공해 주는 곳이 아니라서 불편한 것이 맞다. 더구나 관계에 있어 편의는커녕 눈치를 보게 하고 말 못 할 관계로 장벽을 치게 한 장본인이 교감인 내가 아니었나 돌아본다. 현란한 말솜씨로 내 자랑만 늘어놓았지 선생님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같잖고 얄퍅한 지식을 자랑하려고만 했지 선생님들의 필요를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진실이다.


말뿐인 말, 장식장에 불과한 역할, 내 편의만 생각한 이기적 욕심.


선생님들이 원했던 것은 자신의 아픔과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잘잘못을 판단하려고 했고 조언을 가장한 질타와 핀잔을 주는 심판자였다.


불편한 교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에게 불편한 교감이 되도록 해야겠다. 선생님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교감이 아니라 나에게 말이다. 내가 불편할수록 선생님들은 편하다. 삶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방학 중에 체력을 다지는 것도 불편해지기 위함이어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계 맺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방학 중에 집중 독서를 하는 것도 불편해지기 위함이어야 한다.

내 생각과 고집과 주장으로 살지 않기 위해서는 불편하게 하는 책이 필요하다.


불편한 교감이 되자!

캡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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