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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도 학부모 전화가 두렵다!

교감 찾는 전화

by 이창수


선생님들도 학부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꺼려하는 것처럼 교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시기(2020년~2022년)를 지나면서 현장의 선생님들이 그나마 좋은 점이 한 가지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찾아오는 일이 없어진 점을 가장 편해했다. 밀집도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든지 학부모 공개수업, 교육설명회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했기 때문에 당시 담임 선생님들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학부모와 부딪치지 않아서 좋아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부모로부터 전화마저 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교무실에 있다 보면 잔뜩 화가 묻어난 목소리로 교감 바꾸라는 전화가 종종 걸려왔다. 자리를 잠깐 비웠을 때에도 어김없이 전화번호를 남겨 두고 이쪽으로 전화해 달라는 민원성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 왔다.


2022년 3월 23일로 기억난다. 교감 찾는 학부모 전화가 걸려 왔었다. 그때 기록을 남긴 것을 옮겨본다.


방금 학부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교무실로 걸려온 전화다. 교감을 바꿔달라고 한단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자녀가 선생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도 아직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사과의 말을 듣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선생님은 사실여부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러니 학부모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그 학부모님 표현에 의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교감)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쭉 늘어놓으셨고 나는 최대한 수화기에 들려오는 학부모님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듣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 최대한 학부모님 편에서 "많이 속상하셨죠!",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려 교감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저도 애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으로 학부모님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등등의 공감을 해 드렸다.


선생님과 통화를 해도 마음이 풀리지 않아 교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잘하셨다고 말씀드렸다. 혹시 나중에라도 마음이 불편해지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씀드렸다. 전화를 끊었다.


교무실로 전화가 걸려오면 나는 주로 이런 식으로 학부모랑 통화를 나눈다. 듣는 내내 나도 마음이 참 불편하다. 일단 감정을 쏟아내니 듣고 공감해 줄 수밖에. 거기에다 대고 사실 진위여부를 알아보겠다고 하면 통화가 끝이 없다. 일단 전화상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연거푸 드린다. 학부모 측에서 어느 정도 분풀이가 댔다 싶으면 전화를 끊는다. 통화가 끝나고 나면 정신이 몽롱하다. 한때 소나기가 지나갔구나라고 생각하고 퇴근해 버린다.


나도 교직에 25년 이상을 있어봤지만 점점 갈수록 학부모 전화가 거세지고 있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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