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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쫓겨나지 않고 버티기

교감의 공간

" 평생 자신이 품은 뜻을 굽히지 않고 좁은 길을 따라가는 사람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자서전을 용기 있게 쓸 수 있었으리라."



평생 글쟁이의 삶을 살았고 스스로 역사계의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며 누구나 한 번쯤 유혹당할 수 있는 표절이나 대필의 삶을 금기했던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자서전을 읽고 당시 느낌을 표현한 글이다.



좁은 길을 따라가는 사람,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



며칠 전 강한 유혹거리가 내게 있었다. 교감실을 만들어 독립 공간을 확보하느냐 아니면 현재의 교무실 공간에서 지내느냐. 혼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독립 공간을 확보해서 생활하게 될 경우의 좋은 점


첫째, 나만의 공간이 생기므로 여유롭게 업무를 보고 사색에 잠기고 손님들을 접대하고.


둘째, 교원을 대표하는 교감으로써 권위를 잡아갈 수 있는 점


셋째, 복잡한 내부 사정을 잡음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점


독립공간을 확보해서 생활하게 될 경우의 나쁜 점



첫째, 업무 처리의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 한 공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는 교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눈빛으로 귀로 바로바로 듣고 해결할 수 있는데 만약 독립공간으로 분리되어 나갔을 경우 그들이 찾아오거나 내가 찾아가야 하는 시간의 지연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편안해서 좋긴 하지만 교감이 고립될 수 있다는 점. 업무 때문에 찾아오거나 용무가 있지 않는 한 독립된 공간인 교감실에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고립을 넘어 분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칫 교감실이 권위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스스로의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점. 교감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나의 각오는 '섬김' , '좁은 길', '낮아진 모습' 등과 같이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 궂은일을 찾아서 하자는 주의였다. 그런데 만약 독립된 공간으로 분리되어 나갔을 경우 이런 가치관과 반하는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현재 교무실에서 쫓겨나지 않고 버티며 서로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기로.



『공간의 미래 』의 저자 건축학자 유현준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로써의 위치가 아니라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한다. 몇 년 전부터 학교 공간 재구조화로 명명되는 혁신적인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공간이 어떻게 인간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한 내용도 나오고 있다.



공간은 열려 있는 곳이어야 하고 소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여러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단순히 효율적인 측면만 판단하여 독립된 공간을 고수하기보다 불편한 요소가 있긴 하지만 학교의 기능이 좀 더 원활하게 발휘되도록 컨트롤 타워의 역할로 최적의 공간이 어디일지 생각하기로 했다.



신영복 선생님은 변화의 공간, 창조의 공간, 생명의 공간에 대한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남들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변방이라도 어떤 생각으로 공간을 만드냐에 따라 그곳이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공간 탓을 할게 아니라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 가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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