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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사람마다 친구 되는 법

선물의 힘

선물을 받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선물은 그동안 뜸했던 관계를 연결시켜 주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



이번에 승진을 하셨던 분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드리면 좋을까 고민했다. 작년에는 건강을 챙기라는 의미에서 홍삼 제품을 보내드린 적이 있다. 챙겨야 할 분들이 여러분이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최대한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리고  선물 받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운하지 않을 만큼의 선에서 선물을 골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선물을 해 드려야 할 분을 손꼽아 보니 대충 열한 분 정도 됐다. 선물을 보내드리고 싶은 분이 더 있긴 했지만 괜한 오지랖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고민하다가 열한 분으로 정했다.



이제 선물드릴 대상자를 정했으니 두 번째 고민해야 것은 선물의 종류다. 선물의 종류를 고를 때 고려하게 되는 것은 가격, 상대방의 기호, 선물 받는 사람의 격, 배송 중 신선도에 따른 변질 우려 등이다.



보통 이맘때 축하 선물로 난 화분을 많이 보낸다. 보기에도 좋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누가 누가 보내었다는 화분 띠지를 자랑스럽게 내 보일 수 있으니 선물로써 제격이다. 나도 화분을 선물로 받아 보았는데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많다. 화분 관리를 잘하는 분이라면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처지 곤란한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의 화분을 어디 놓아 둘 때도 마땅찮다. 예전 같으면 교직원들에게 분양할 텐데 요즘 이것 조차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화분 선물을 해 드리는 것보다 다른 쪽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선물해 드린 것은 가격도 나름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산물과도 연계된 것이라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남다를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지역의 특산물을 선물 받은 분들은 대게 소속 교직원들과 나눠 드신다고 한다. 먹거리를 함께 공유하는 것보다 더 친해지게 하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전화를 걸어 상품 가격과 택배비, 배송 기간 등을 확인하고 주문했다. 이제 드디어 고민 끝이다. 상품이 안전하게 제 때 배송되기를 바라며 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



상품이 잘 배송이 되었는지 카톡으로 문자로 뜻밖의 선물이라며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 왔다.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에 그동안 고민했던 시간들, 작지만 선물 비용으로 지출되었던 금액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선물이 주는 힘인 것 같다.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큰 게 확실하다.



성경의 말씀이 기억이 난다. 잠언 19장 6절에 기록된 말씀이다.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



지난주에 어려움 속에 지내고 있는 한 학부모님을 만나 상담을 했다. 작년에도 상담한 적이 있던 분이다. 최근 가정에 큰 어려움을 겪은 후몸과 마음에 큰 아픔으로 가득했다. 상담 후에 돌아가시면서 딸기를 사 오셨다며 건네주셨다. 안 받기도 뭐 하고 받기도 뭐해서 일단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곁에 함께 있었던 선생님도 나의 어정쩡한 모습을 눈치챘던 것 같다.



다음 날 냉장고를 열어보니 딸기가 정성스럽게 먹기 좋게 손질되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어정쩡한 모습을 곁에서 본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께 갖다 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공간에서 네 명이 함께 근무하고 계신다. 딸기를 갖다 드리니 참 좋아하셨다. 빈 용기로 돌려보내기가 미안했는지 음료 두 병을 종이 가방에 넣어 다시 돌려주셨다. 이제 딸기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를 원래 임자에게 돌려줄 일만 남았다. 음료 두 병을 고스란히 담아 돌려드렸다.



내가 한 일을 다시 정리해 보면 아주 간단하다.



딸기를 내가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누군가 깨끗하게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나보다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즉각 실행에 옮겼다. 필요한 분에게 드리니 받는 분들이 기뻐하셨다. 그랬더니 딸기를 받은 분들이 감사한 마음을 보답하고자 플라스틱 용기와 함께 음료 두 병을 넣어 보내 주셨다. 나는 딸기를 손질해서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준 분께 받은 음료 두 병을 고스란히 다시 담아 돌려드렸다.


작은 일이지만 받기보다 주기를 좋아하니 연쇄적으로 감사한 일들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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