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쓰여 있다.
저녁에나 올 비가 벌써 내리는 듯, 적적해진 마음이 싫어 듣고 있던 신나는 록 음악이 무색할 만큼 당신은 적적한 사람처럼 보였다.
편해 보이는 회색 운동화와 연한 베이지색 칠부 면바지, 핑크색과 갈색 그 중간의 매끈해 보이는 셔츠, 짙은 초록색의 무지 에코백, 귓불을 넘지 않는 단발머리, 금테의 동그란 안경. 좋아하는 계절이 있느냐 물으면 꼭 가을이라고 답해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도 꼿꼿이 세운 허리. 당신은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바른 자세를 취하며 살 거 같았다. 카페의 낮은 탁자 앞 소파에서도, 이렇게 버스 정류장 의자에서도, 문을 잠근 방 안에서 홀로 책을 읽을 때에도.
가방에 조그마한 우산도 없는 듯 참 가벼워 보인다. 이 따 저녁에 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