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랑사 03화

C - 고집불통

소나무 같은 사람.

by 최동준


그는 며칠 전을 마지막으로 몇 년째 고수하던 투블럭을 끝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골이라던 미용실의 아주머니 도 이젠 투블럭 안 할 거냐고 재차 물었다고 했다. 다른 곳보다 값도 싸고 몇 년 동안 그곳만 다닌 지라,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리에 앉기만 해도 말도 없이 서걱서걱 자른다고 유난을 떨기도 했다.


꽤나 고집이었고, 좋게 말한다면야 습관에 길들여진 사 람이었다. 불편하지 않다면, 바꾸지 않는 정도로 말이다. 진한 갈 빛의 뿔테 안경도 곧 10년이 되어갔고, 카페에서 아인슈페너가 있다면 꼭 그것을 마셨다. 늘 수, 금요일에만 가는 카페에서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글을 썼고, 어느날은 노트북의 아이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됐다며 제 자리를 찾느라 고생했었다.


고집 아닌 고집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식당에서 내게 물을 떠줄 때 뜨거운 물을 조금 섞어준다거나, 수저를 들 거나 음식을 먹을 때 오른팔에 무엇이 걸리지 않게끔 물통 같은 것들을 자기 쪽으로 옮겨준다거나, 모른 척하고 떠들며 집 앞까지 바래다주는 것들. 그런 고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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