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계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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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만 꽃이 필 줄 알았다

by 아이언캐슬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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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만 꽃이 필 줄 알았다
벚꽃은 한낮의 꿈처럼 피어나고
진달래는 이별 같은 분홍빛으로 번졌다
목련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부신 그리움을 흩날렸다     


여름에만 꽃이 피는 줄 알았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닮아 웃고
능소화는 담벼락 위로 몸을 늘이며

뜨거운 열망을 노래했다
연꽃은 깊은 물속에서 피어나

고요한 기다림을 품었다

    

가을에도 꽃이 피는 것을 알았다
코스모스는 흔들리는 마음을 닮았고
국화는 쓰러지는 바람 속에서도
단단한 향기를 지켰다
들국화는 이름 없이 피어나
어디에나 스며드는 그리움을 남겼다   

  

겨울에는 꽃이 피지 않는 줄 알았다
눈 속에도 타오르는 것이 있었다
동백은 차가운 바람을 등지고
붉은 심장을 조용히 떨었고
매화는 얼음장 밑에서도
작은 불씨를 품고 있었다
수선화는 뿌리를 깊이 묻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봄을 꿈꾸었다     


그리움은 겨울에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리움은 벚꽃처럼 피어나고
능소화처럼 길게 드리워지고
들국화처럼 조용히 머물렀다
그리고 마침내 매화가 피어날 때


그리움은 다시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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