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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ye May 16. 2024

늘 용서받는 건 엄마다

등교와 출근이 만나면

오늘 태권도 안 가고 싶어


8시 30분.

아이의 정시 등교와 나의 정시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야 되는 시각이다.

어제 회식으로 차를 회사에 두고 와, 오늘은 10분 일찍 나서야 했다.

안 그래도 바쁜 아침에 10분이란 엄청난 시간을 당겨야 하니 일어날 때부터 마음이 다급하다.

 8시 15분이 넘어가니 잰걸음처럼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양치를 하던 아이가 쭈뼛하며 다가왔다. 뭔가 쎄하다.....

"오늘 태권도 안 가고 싶어."

아... 안돼.... 이렇게 시작하는 대화는 좋게 끝난 적이 없는데.


시간은 다돼 가는데 마음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왜 안 가고 싶은데?"

"그냥 힘들어."

망했다. 저렇게 나오면 좋은 말로 설득할 확률 0%라는 이야긴데...


정해진 일을 귀찮다는 이유로 안 하는 건 안 돼라며 일단 차분하게 시작해 본다.

하지만 힘들어서 안 간다는 아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소리가 커지고, 아이와 나의 등교 전쟁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서로 양보할 수도 없고, 합리적인 이유와 설득도 어려우니 잘 마무리될 리가 없다.

아빠랑 학교가던지 혼자 가! 라며 애를 상대로 유치하게 소리치고

혼자 성큼성큼 골목길까지 걸어 나와 버렸다.

숨을 고르고 아이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지금이라도 나오라고 하니

몇 분 후 아이가 골목길까지 나왔다.


서로 마음은 상할 대로 상한 아침이다.


그래도 아이가 마음을 다잡고 나왔을 때 멈췄어야 했는데, 학교까지 걸어가는 10분 동안

폭풍 잔소리를 시전해 버리고야 만다.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며

하지 말아야 할 가장 최악의 말들을 훈계랍시고 말해 버렸다.

말을 내뱉으면서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말은 계속 새어 나오고 도무지 잠기질 않았다.


아이는 가끔 삐죽 대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오늘 태권도 잘 가볼게 하며

조금은 처진 어깨와 무거운 걸음으로 교문에 들어섰다.


출근길에 본 교육 유튜브는 기분을 더 처참하게 만들었다. 괜히 봤네.

가슴에 돌덩이가 얹혀 있는 듯 무거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회사일들을 쳐낸다.


나도 미안해


4시 반이 되자 아이의 전화가 왔다. 태권도를 끝내고 귀가하는 시간이었다.

"집에 왔어. 태권도 다하고. 되게 힘들다."

회의 중이었지만 나와서 아이에게 사과를 건넸다.

엄마가 너무 심한 말을 했다고 속상한 마음에 화를 심하게 내서 미안하다고.

람이는 뭐든지 잘할 수 있는 아이인데, 엄마가 아닌 말을 했다고.

그러자,

"나도 엄마한테 화내고 울면서 떼써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

나도 미안해"

라고 되려 사과해줬다.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건, 엄마의 말이 아이의 마음에 도착하지 않아서이다.

도착하지 않았다는 건, 아이가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확률이 크다.

시간이 촉박한 아침이어서라는 핑계를 대 보지만,

오늘도 엄마는 아이에게 결국 화를 내고, 모진 말들을 내뱉고,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에 바닥까지 떨어저 버렸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내 뱉은 아픈 말들은 아이에게 너무나 깊숙이 닿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자기 때문에 화가 났을 엄마를 걱정하고 미안해한다.


늘 용서받는 건 엄마다. 아이의 마음은 엄마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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