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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ye Apr 18. 2024

살림의 재미를 알게 되다

독립 육아가 만들어 준 부지런함의 근육




살림= 한 집알을 이루어 나가는 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침에 나간 그대로 집이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던져두고 간 아침 그릇들, 신발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현관,

일어난 흔적 그대로의 침대,

거기에 아이가 하교 후 여기저기 던져 놓은 옷가지들과 가방,

엄마를 기다리며 이것저것 꺼내어 놓은 장난감들까지.


처음 며칠은 눈물이 날 뻔했다. 집에 오면 그대로 일단 소파로 직행해서

쉬다가, 아이와 간단히 놀아주고 내일 출근 준비를 하던 때가 그리웠다.


매일 청소를 하지 못한 집엔 먼지가 쌓이기 일쑤였고,

빨래는 돌려도 돌려도 계속 쌓였다.


어머님의 살림에 늘 약간의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죄송스러웠다.


남편과 나는 번갈아 일찍 퇴근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최소 2~3시간은 집에 혼자 있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늘 어수선한 집안 살림 때문에 마음도 늘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내야 하니까 해야 했던 날들이 이어지자

부지런함의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정리되지 않은 집을 보면 몸은 자연스레 움직였고,

이런 일상에 적응이 되어가자, 살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신발만 정돈해 두어도 깨끗해지는 현관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만 제자리에 두어도 말끔해지는 거실

설거지 후에는 물자국을 지워야 반짝반짝해지는 싱크대.


육아 독립을 하고

결혼 13년 차에야 “살림”이라는 걸 제대로 경험해 나가고 있었다.


어머님이 나간 자리에 온전한 내 취향의 살림들을 들이는 재미도 솔솔 했다.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 살림을 하며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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