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개학을 앞두고, 아이가 혼자 감당해야 할 하교 후부터 퇴근까지의 4~5시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는 큰 숙제였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선행을 시키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태권도와 미술 학원 (남아 전용)과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를 위해 보조용으로 하는 온라인 학습이 아이가
하는 방과 후 활동의 전부였다.
코로나 때 입학을 했기 때문에, 학교의 돌봄이나 방과 후 활동도
이용하지 않았던 터였다.
방학 동안 남편이 학교와 태권도 학원은 혼자 등하교할 수 있도록
길 익히기 훈련도 시키고, 혼자 보내는 척 미행을 하면서 아이가
잘할 수 있는지 감시(?) 하기도 하며 적응 훈련을 했다.
큰 불안감을 안고 4학년 신학기를 맞았다. 돌봄이나 방과 후 신청 하는 법도 몰라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물어 겨우겨우 신청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돌봄은 신청 기간을 놓쳐서 ㅜ ㅜ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의 방과 후 계획을 짜면서 크고 작은 단위의 육아 도우미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시/구/동 단위로 운영되는 방과 후 돌봄 시설도 꽤 있었고,
여러 종류의 방과 후 학원들도 많았다.
자라다나 째깍 악어처럼 온라인에서 튜터를 구해 아이의 돌봄을 할 수도 있었다.
집에서 오롯이 돌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오히려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아이의 방과 후를 짤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아이가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은 있었다.
빈 집에 우두커니 혼자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회사에서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물론 아이는 아이패드도 하고 티브이도 보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ㅋ)
개학 후 첫 일주일은 퇴근 후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몇 번씩 전화를 해 아이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혼자 태권도 학원 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온갖 상상을 하며 불안을 키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그렇듯, 어른들의 걱정보다 훨씬 빨리 잘 적응했고,
혼자 해내는 생활에 대해 오히려 큰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처럼
함께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마을 어른들은 없지만, 믿을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과
(우리 아이 학교가 혁신학교라 더 다양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콘텐츠들, 기술적인 도움 (아이 위치 찾기, 가전제품 원격 컨트롤 등)으로
아이와 우리 부부의 독립생활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