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지 못한 밤
왈칵 눈물이 터져나왔다.
아이와 대치하고,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결국 화를 내기까지.. 그동안 숱하게 겪었던 일들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분위기와 온도가 유난히 다르게 느껴졌다. 내 목소리가 아이에게 더 이상 닿지 않는 것만 같았다. 분명 작은 목소리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이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선 느낌이었다. 아이는 끝까지 나를 보지 않았다. 이제 잘 시간이라는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뿐이다. 나는 아이의 작은 등을 바라보며 닿지 않을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등에 대고 하는 말은 공기 속으로 그대로 흩어지는 의미 없는 잔소리가 돼버린 것 같았다.
순간 나는 얼어버렸다. 12월의 밤이지만 거실에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다. 성인이 되기까지 열두 해나 남아있다.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될 때까지, 나는 앞으로 그 시간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전엔 힘들어도 자신이 있었다. 잘하고 있다고, 아이도 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버텨냈던 많은 날들이 있었다.
오늘은 순간 다른 생각이 스쳤다.
내가 이러다 아이를 영영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머릿속에 스친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나의 전부라고 믿었던 아이인데 계속 이렇게 부딪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를 밀어내게 되진 않을까. 그게 가장 두려웠다.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과 함께 계속 눈물이 흘렀다.
여태껏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소파에 앉아 멍하니 울고 있는 나를 아이는 걱정스럽고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그 와중에 엄마가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아이 정서에 좋지 않다는 말이 떠올라 조금 염려가 되었다. 그렇지만 감정이 쉽게 가라앉진 않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처음 문제를 발견했던 그날처럼. 아무리 애써도 늘 제자리인 느낌이었다.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마음이 흔들렸다. 왜 나에게는 이렇게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을까. 아이가 조금만 더 무난한 기질이었다면, 그래도 이렇게 힘들었을까. 푸념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지금까지 비슷했던 수많은 날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밤새 육아 채널을 찾아보던 나날들... 양육환경, 곧 엄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노력했던 순간들. 포기하지 않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옆에서 나의 모습을 살피는 아이를 보며 다시 한번 숨을 고른다. 그리고 힘겹게 입술을 뗐다.
"엄마 너무 속상해. 네가 엄마 말을 안 들어줘서..."
"엄마가 좋은 말로 해도 안 듣고, 크게 이야기해도 안 듣고, 엄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는 기도할 거야. 네가 말 좀 잘 듣게 해 달라고..." 풀리지 않은 속상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가 내 말을 듣고는 잠시 뒤 순수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나님 제가 엄마 말을 잘 듣게 해 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