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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Jul 06. 2023

흙먼지와의 매일 전쟁


첫 만남서 빛바랜 셔츠라니

9년 전 2월의 마지막 가까이 즈음, 인천 국제공항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가장 깨끗해 보이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하얀 남방은 우간다의 모래까지 실어 온 건지 누런빛을 띠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첫 만남에 어찌 빛바랜 남방을 선택했는지를…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은 이미 내 코 속입 속에 가득일 거고흙먼지는 말할 것도 없겠구나.

무채색, 특히 검정, 남색 계열의 옷을 좋아하나 밝게 보이고 싶어 하양, 아이보리 색의 옷들을 한국서 우간다로 올 때 챙겼더랬다. 그런데 우간다 공항에 도착해 트럭을 타고 이동만 했을 뿐인데도 얼굴과 특히 코끝에 붉은 흙먼지가 쌓인 기분이었다고 할까. 금방이라도 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옷을 보니, 어디서 묻은 건지 바지 밑단에 흙먼지가 묻었었고, 아이들 엉덩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국에서처럼 세탁기에 세제를 넣어 빨래를 했다가는 얼룩들이 그대로인 이곳. 세제에 불렸다 해도 소용없다. 양말이며 옷이며 손빨래 한 번은 꼭 거쳐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가족의 양말 끝과 옷은 붉고도 진한 갈색이다. 결국 주저앉아 열 손가락에 힘을 주고 세차게 비벼야 한다. 적당한 힘으로도 아니고, 빡빡 빨아야 씻기기 때문이다.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세탁기에 넣었는데, 오히려 하얀 옷이 흙물에 오염되기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이곳 우간다 사람들은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거나, 중요한 모임에 갈 때는 깨끗하고도 좋은 옷을 골라 입는데, 흰색도 눈에 띄게 입는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손빨래 생활을 할 텐데, 어떻게 저렇게 하얗게 유지할까 싶다. 나는 여전히 누런 물을 빠는 일이 힘이 들고 불편하다. 빨래를 맡아줄 일꾼을 고용할까 싶을 정로로.(우간다에서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집에 일하는 도우미를 고용한다. 청소, 빨래, 그리고 아이 돌봄까지 해서 한 달에 5~8만 원 정도 월급을 받는다.) 나나 남편이, 그리고 아이들이 묻혀온 흙먼지를 빨아댄 시간만큼 불편함의 정도도 씻겨 내려갔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여전히 남아 있으니… 


그래도 손빨래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오늘도 나는 집안 바닥을 청소기로 두 번, 닦기를 세 번 했다. 흙먼지도 많은 이 나라는 왜?? 집을 지을 때 바람이 통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먼지와 바람이 그 사이로, 가끔 비도 그 사이로 들어온다. 저녁이면 온 가족 발바닥이 시커멓다. 말끔하게 청소를 했다지만 계속해서 바람을 타고 먼지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집만이 아니라 학교 건물 구조도 그렇다. 아니 학교는 더 많은 흙먼지를 교실에 머금는 구조다. 오늘도 두 아이는 모두 학교에 갔다. 역시나 교복과 양말에 누렇고 붉은 얼룩은 물론이고, 얼굴과 목에 땟국물까지 가져올 테지. 그리고 매일 저녁마다 아이들을 씻기고 다시 한번 청소를 한 후, 손빨래를 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아이들 옷과 양말만큼은 또 네 식구 사는 공간만큼은 깨끗하게 하고픈 마음이 큰지라, 이것이 엄마의 마음이라면, 나도 제법 엄마가 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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