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비효율성과 불필요한 관행

by 최영환

불필요한 서류 작성과 절차

종종 불필요한 서류 작성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우선순위가 높은 고유 본인의 업무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타 실과에서 요구하여 과서무에게 제출해야 될 자료는 수도 없이 많고, 주간회의자료, 감사자료 등등 단순 자료도 일일이 모두 작성해야 한다. 또 지자체라면 상위기관인 정부 부처에 제출해야 될 공문이 수도 없이 온다. 아직도 '인간이 이런 것을 직접 해야 되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취합이 많다. 보고서 작성은 할 말이 많아 따로 챕터를 만들어 이야기하겠다.


과도한 회의 및 회의문화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회의가 과도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간을 낭비하고, 실질적인 업무 진행을 방해한다. 회의할 때 문제해결가능한 아이디어가 뇌에서 나오는가? 시청 도시개발과에서 일할 때, 내가 하루 평균 잡힌 회의는 3~5개에 가까웠다. 오전에 LH, 도시개발공사 오후에는 엔지니어링 회사, 팀 회의, 과 회의 등등 이렇게나 회의가 많지만 막상 서로 만나면 사업추진문제 해결책을 논의하기보다는 정보 전달에 가까운 회의가 오가기 일쑤였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업무를 보거나 멍 ~ 때릴 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라고 뇌는 나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다른 기관 담당자의 뇌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회의가 아닌 시간에 서로 유선이나 카톡으로 사업 추진 문제점들을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회의에서의 뇌는 긴장 상태로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 힘든 구조다. 그 이유는 회의 자체가 과도하게 구조화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구조이고, 이 환경에서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회의는 보통 전결권자에게 정보를 알려주거나, 담당자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상사에게 보여주는 쇼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 프로세스

의사 결정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정말 짜증 난 건 팀장과 과장의 마인드가 일치하지 않고 의견이 다를 경우, 결재를 맡을 때 문서를 계속 회수하게 된다. 기싸움이라면 오히려 이해하겠지만 사람은 각자 성향에 따라 바라보는 시야가 다르다. 그래서 내 주장대로 보고서를 올리면 팀장님이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해서 바꾸고, 팀장님 입맛에 바꿔 올리면 과장님이 왜 또 이렇게 했냐고 회수하라고 한다. 보고서를 기안하고 결재를 올릴 때 두 분이 의견을 맞추고 알려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이 짓을 재직 내내 했던 것 같다. 또 전결권자를 두었는데도 전결권자 위의 상사(국장이나 시장)의 마인드를 모를 때는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 하물며 시 보다 작은 기관인 구에서 근무하게 되면, 전결권자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작은 기관일수록 기관장(구청장)이 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무능한 업무 분배와 자원 관리

업무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여기는 일을 잘하면 일을 더 준다. 그리고 일을 할수록 감사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정말 웃긴 건 일을 2년 내내 안 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감사원감사나 정부합동감사에서 늘 프리패스가 가능했다. 일을 하면 상을 줘야지 벌을 주는 이상한 감사제도도 차후에 자세히 작성하려 한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알겠지만 일보다는 입으로 승진하는 분들이 많다. 사회생활에서 입으로 일하는 사내 정치도 그 사람의 고유능력이라고 생각했고, 내 딴에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 업무능력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라 생각하므로 불만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입으로 일하고 업무는 안 하는 분들이 많기에 한쪽으로 일이 쏠리는 현상이 늘 발생한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감사 프리패스권을 가지신 분들은 입으로도 일을 안 하고 업무도 안 한다.


정체된 조직문화와 저항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화에 대한 저항이 높다. 알다시피 공무원 업무에서 창의성과 혁신은 개나 줘라. 차후 챕터를 통해 말하겠지만 고시출신 이냐 비고시출신 국장이냐에 따라 창의성 있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비고시출신 국장을 만나면 타 시도도 그런 사례가 있는지 분석부터 하겠지만...


위는 누구나 알다시피 공무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이 자주 부딪히는 관행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조금 다른 점은 팀이 있다. 2곳을 모두 다녀본 결과, 팀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대기업은 하나의 목표를 정해 팀원들의 역할이 분배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더 혼날지언정 업무와 전문성을 익히기 더 수월하다. 그리고 회사의 이윤이라는 같은 목표하에 달리므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경향도 있다. 물론 다른 팀들이랑 경쟁을 붙이니 실적 내느라 골치 아프긴 했다.


그러나 공무원은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기 위한 팀이 아니라 명목상 존재한다. 담당자마다 고유의 업무가 있다 보니 같은 팀이라 해도 혼자 다른 기관과 일한다. 팀 내의 있는 모든 팀원의 업무가 전부 다르고, 심지어 관련성도 깊지 않다. 하물며 군대도 부사수 사수 개념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신입들은 업무를 알음알음 익히는 경우가 많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곳도 없이 홀로 업무를 담당한다. 젊은 공무원들은 민원에 대한 대응도 어려우며 자살과 퇴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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