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조직문화 / MZ의 반란
안타까운 사건들...
예비군도 끝나고 민방위가 됐는데, 아직도 군대 꿈을 가끔 꾼다.
군대에서는 젊꼰을 담당해 본 사람으로서 조직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작성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다. 나에게도 젊꼰인 상병에서 나름 미친놈이 되기까지 과정이 있다.
워낙 풀린 군번이라 상병을 단 뒤로는 우리 중대에 내 위로 3~4명밖에 없는 축복받은 군번이었다. 하지만 일이등병 때 겪은 악폐습들이 많았기에, 당시 나랑 비슷했던 군번들은 취침시간에 불려 간 화장실에서 상병장들이 지랄하고 나가면 '우리가 상병장이 되면 저렇게 하지 말자'라고 서로 다짐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름 악폐습을 하나씩 없애기 시작했다. 하지만 악폐습이 줄어들었는데도 일이등병들의 마음의 편지 내용은 상당히 불만이 많았다. '음.. 우리가 당했던 악폐습의 반도 안 하는데 애들이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상병장들은 모여서 회의를 한 적이 있으나, 그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불침번 근무 때 일병과의 대화를 통해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종훈아, 우리는 너네를 편하게 해 준다고 생각해"
"우리가 당했던 악폐습들이 이렇게나 많이 줄었어. 너넨 누워서 TV도 보고, 빨래도 해오라고 안 하고, 작업을 나가도 상병장도 같이 작업하고, 근무 끝나고 라면도 먹고, 우유에 말아먹는 건빵도 먹고, 잠잘 때 불러서 지랄도 안 하고, 모포에 말아서 밤에 때리지도 않고" 등등 우리가 당했던 악폐습들을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저희는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대에 배치받고 지금 당하는 것들이 우리에겐 처음 겪는 현실입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을 내놓고, 나는 바로 수긍했다. 그 뒤로 마음의 편지에는 내 이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 처음이었다. 그들에게는 상병장들이 하는 행동이 눈과 귀, 피부로 느껴지는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같이 고생한 상병장들끼리 더 단단히 뭉치는 법이라. 다른 동기들이 그들에게 남아있는 악폐습을 하더라도 뭐라고 하진 않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안 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분대장 견장도 중대장님께 건의하여 내려놓았다. 형처럼 그들에게 대해주자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지 슬슬 개기는 놈도 생기고, 나를 의지하는 놈도 생기고 각양각색이었다. 지금 군대는 또 우리 군대 문화와 다르다. 어른들이 겪은 군대는 또 내가 겪은 군대를 보면 애송이에 가깝듯이. 이처럼 문화는 점점 세대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정착이 된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 조직문화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공기업, 군대 등 계급이 명확히 나뉘는 직업이 그런 경향이 높더라도 변하기 마련이다. 따돌림이란 문제는 또 다르지만...
군대를 전역하고 악명 높은 토목공학과에서도 아래한테 잘해주고 위에는 개기는 미친놈이 되어갔고, 이 성향은 대기업과 공무원에 재직했을 때도 같았다. 회사에서는 보통 위한테만 잘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아래한테만 잘하는 사람, 그리고 위와 아래한테 둘 다 잘하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아래한테만 잘하는 사람이 회사에서는 승진누락을 포함하여 도태되기 쉬우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조직 내 분위기에 따라 '갑질 문화'가 달라지기도 한다. 표본이 너무 적어서 대기업과 공무원 조직 중 어느 쪽이 더 경직되고 보수적 문화인지 파악하기 어렵지만, 다녔던 두 곳을 비교하자면 공무원 문화가 더 보수적이다. 대기업에서는 내가 비합리적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아주 많이 개겼다. 그러면 대리 형들과 과장님 차장님은 "이 귀여운 새끼 ㅋㅋ"라며 되받아쳤고 큰 문제없이 잘 지냈다. 실적을 낼 때는 서로 골치가 아파 몰래 도망쳐 사우나도 가고, 회식을 하고 흄관에서 자기도 했으며 대리, 과장 형들에게 의지하면서 재밌게 지냈던 추억이 있다. 나름 낭만 있었던 시절... 퇴사한 지 10년이 되어가는데 이 형들이랑은 아직도 안부를 묻는다.
반면에 공무원 입사 시 분위기가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웠던 느낌은 있으나, 원래 강강약약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따돌림을 당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상사들 몇몇은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어느 조직이나 한둘은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여기는 상사를 놀리면서 장난치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가 있다. 물론 나는 상사들을 놀리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언제나 그들을 갈구는 군기반장의 역할을 했었다.
아무튼 비합리적 문화라고 일컫는 '갑질' 문화에서 따돌림을 당해 자살하는 젊은 공무원이 아직도 많다. 재직 중에 '갑질'문화에 대항해 9급 공무원 한 분이 상사들한테 정중히 거절의사를 표하자, 과 모든 직원이 따돌림을 시켰다. 그리고 그 젊은 공무원은 안타깝게도 2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기업도 갑질 문화가 많았지만, 수험생들을 위해 쓰는 글이므로 공무원 조직 내 갑질 문화만 적어보자면,
2015년도에 있었던 갑질
막내가 가장 먼저 출근해서 계장님 과장님 책상을 닦고, 커피 드시는 분은 출근시간에 맞춰 커피를 탄다.
상사가 당직을 서게 되면, 팀 전체가 저녁밥을 같이 먹어줘야 하므로 강제로 야근해야 한다.
상사들 점심을 같이 먹어주는 당번이 정해져 있다.
다른 기관이랑 회식을 하게 되면, 팀장님이나 과장님 기 살려주는 용도로 강제로 회식에 참가해야 한다.
1년마다 벌어지는 장기자랑에 신입들은 강제로 참여해서 댄스나 노래 등 장기자랑을 선보여야 한다.
상명하복 문화 있었다. 또 상사가 말하면 수첩을 들고 와서 적는 흉내라도 내야 했다.
직급이 낮을수록 출근시간은 빠르고, 퇴근 시간은 늦었다.
야근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만히 앉아서 시간 외 수당을 받아가는 상사들이 많았으므로 혼자 저녁 있는 삶을 하러 간다고 하면, 눈치를 주었다.
과장님 난초관리로 물을 주는 당번은 막내가 담당했다.
상사보다 좋은 차, 시계 이런 것들 불가능했다.
엘리베이터 상사보다 먼저 못 타고, 못 내림
미친놈이 되었기에 나는 위의 것을 모두 안 했다. 직급이 높았던 형이 대신하긴 했지만, 그 형이 안쓰러워서 도와줄 때도 있긴 했다. 대기업에서 공무원으로 이직했던 이유가 연봉을 포기해서라도 '저녁 있는 삶'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절대 타협할 수 없었다. 소명의식이라고 봐야 되나...
가끔 싸우기도 했는데, 싸우면 진짜 정드나...? 의외로 상사와 친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8년 동안 억지성 야근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따돌림도 당해본 적이 없었는데, 사실 난 혼자가 너무 좋다. 난 남들 전체를 따돌려하는 성향인 것 같다. 퇴사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혼자 있을 때 정서가 가장 안정이 되는 편이다. 그래서 나를 뒷담화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면 '오, 그래?'라고 즐거워했다. 아니면 형들이 귀엽게 봐준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상사들한테 까불고 지랄해도 내 편은 대기업에서나 공무원에서나 항상 있었다. 그리고 밑에는 잘하는 스타일이라, 별로 말 안 하고 업무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끝!
퇴사 당시 2023년 직장 문화
막내가 늦게 출근해도 된다. 계장님, 과장님 책상 닦는다고 말하면 간부들이 놀라서 못하게 한다.
(물론 난 막내가 아니었으므로 책상 닦는다고 장난치면, 닦으라고 한다...)
상사가 당직을 서도 집에 가도 된다.
점심당번 있기는 한데, 과장님들이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기 때문에 항상 아침에 오면 "어, 김 과장 오늘 점심 약속 있어?, 각 실과 과장님한테 전화 돌린다. 약속이 안 잡히는 경우에만 주무팀이 같이 점심식사를 한다.
강제성 회식 거의 없다. 가끔 가게 되더라도 술을 권하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장기자랑, 체육대회 모두 사라져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상명하복문화 없고, 수첩 들고 쌩 쇼 안 해도 된다.
난초는 시간이 많은 분들이 챙기거나,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물을 준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시 소속인 경우, 수요일 금요일은 가족사랑데이라고 정해서 총무과에 연등을 신청하지 않으면 사무실 불도 켜지지 않는다.
상사보다 좋은 외제차 씽씽 잘 몰고 다닌다. 엘리베이터 시장님보다 먼저 탈 수 있긴 한데, 그래도 시장님은 인정해 주자.
예전에는 남들과 다르기만 해도 손가락질하던 엄청난 보수적 집단이었지만, 10년 동안 이렇게나 바뀌었다. 물론 지금도 남들과 다른 생각이나 성향이 있으면 은근 거시기한 문화는 있다. 공무원, 공기업, 군대 문화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너무 설명했기 때문에 스킵하겠다.
젊은 분의 안타까운 사연과 재직 중 새로 당선되신 시장님께서 갑질문화 뿌리 뽑기에 도전하셔서 상당히 많이 바꿔놓으셨다. 그분은 구청장으로 계실 때도 직원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았던 청장님이었는데, 당시에 시보다 그 자치구가 조직문화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시장님이 되고 나서 그 자치구처럼 조직 문화를 바꾸신 분으로 유명하다. 우리 시는 안타까운 사연과 기관장의 노력으로 웬만한 기관보다 문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전의 '갑질'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갑질'을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대 간의 갈등이 주원인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서로가 배려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MZ세대가 들어오면서 바뀌고 있으니, 좀 기다려보자. 디지털세대가 들어오면 사고방식이 또 다르므로 지금 문화에서 압도적으로 변할 거 같다. 지금의 MZ는 그들을 보며 또 한숨짓지 않을까?
조직문화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어른들이 되어서 집단 따돌림은 하지 말자.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인 젊은 직원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