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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환 May 02. 2024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운, 재능,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의 삼대 거장 중 한 명으로 중력, 양자역학, 전자기력 등 우주에서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대동맥 파열로 쓰러지며, 물리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때를 노린 병리학자 토마스 스톨츠 하비는 안치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주변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린 뒤, 두개골을 열고 뇌를 적출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유언 없이 진행한 비인간적인 행동이라 할지라도, 인류의 지식 확장을 위한 용감한 모험이었다고 호소한다.  


 뇌를 손에 쥐고는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리고 과학의 미지로 떠나기 위해 뇌과학자들을 불러 이 섬세한 탐구에 몰두한다. 그들은 24조각으로 쪼개진 뇌를 하나씩 살펴보며, 일반인과의 차이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두정엽의 크기가 약간 크다는 점 외에는,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당신이 철학과 자기 계발서를 읽어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권합니다.


"인생에서 운과 재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기심입니다."


 저자는 유명한 미국의 물리학자로 우주학자 중에 거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매번 노벨상을 놓치자, 수상 받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었다. 저자는 9명의 수상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호기심과 창의성을 발휘했는지 알아냈다.






노벨 물리학자들은 자신이 항상 100% 틀리길 원했다.



Q : 빅뱅 이론을 주장한 스승으로부터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요?


A: 그는 항상 답이 없는 문제를 내곤 했습니다. 나는 그러한 문제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를 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가는 것에 집중할 때, 호기심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지능이 압도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리학은 완전한 답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운 이론은 지금까지의 최고의 이론일 뿐입니다.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질 때, 우리가 정립한 이론이 틀린 것으로 밝혀지기를 원합니다. 현재로서는 조금씩 나아가기 위해 오류를 수정하는 것뿐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도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정답을 찾고 외우는 것은 호기심을 통한 창의성 발전에 기여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전문 분야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미 정착된 이론을 재고해야 합니다.






다른 수상자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자기 자신이야말로 가장 속이기 쉽습니다."


"사람은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논리와 주장을 세우기 위해 본인도 모른 채 선호하는 데이터에 의지합니다.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 중 자신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선택하죠.


 이는 자신의 이론을 선호하는 집단이 많을수록 작은 성공에는 유리하지만,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항상 자신이 틀리기를 기대합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조금씩 나아가는 것은 호기심과 매우 연관되어 있습니다. "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틀렸음을 인지하거나, 나는 정확하지 않아.'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지능이 높고 창의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우유부단한 면이 많다고 한다.



또 다른 노벨 물리학 수상자가 말한다.


"그러나, 일정 수준 그 분야에 재능이 있어야, 작은 성취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재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미치도록 지겨운 과정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권태를 느낍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재능은 다르고 다양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해서는 인생의 경험과 실패를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틀릴 수 있음'을 기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위대한 물리학자로 칭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두려웠다고 한다. 그들이 정착한 이론으로는 우주를 조금이라도 해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내가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여 더 나아가야만 했다. 이런 사고방식 덕분에 물리학은 조금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리학자들은 자신의 실패와 틀림을 원합니다. 이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고, 조금씩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물리학은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전 물리학자들은 미국보다는 유럽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음악가이자 과학자, 시인이자 학자, 또한 철학가이자 물리학자로서 다재다능했다.


 물리학을 해석할 때와 같이 '어? 내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 한 번 이렇게 해볼까?'라는 호기심은 삶을 탐구할 때도 의심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거장이 세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조차도 반복적으로 검증되고 재고해야 한다.


 현대 물리학은 과거와 달리 상호 협력도 중요하다. 주장한 이론을 뒷받침하려면 수십, 수백 명의 동료와의 협력, 정부 또는 기업의 지원과 자금의 비중에 따라 노벨 물리학을 수상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사람이 많을수록 상호 간의 의견 충돌도 일어날 때도 있으나, 물리학자들은 '자신이 틀릴 수도 있구나'를 기본 소양으로 갖췄기 때문에 결국, 다양한 관점과 의견이 모이면서 새로운 이론이 탄생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정답만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똑똑하게, 더 세밀하게, 더 정확하게 정답만 찾으려 한다. 그리고 성공하는 법, 부자가 되는 법 등 자기 계발서를 읽고 기록 후 모방한다. 하지만, 물리학자가 말하는 것들은 same as ever 저자가 주장했던 내용과 일부 일치했다. '사람들은 때론 더 어설프게, 더 러프하게, 그리고 가끔은 대충대충이 가져오는 어마어마한 힘을 모른다.'


 한국은 인적자원인 기술 인재의 두뇌가 매우 중요한 나라다. 그러나, 아직도 노벨 물리학 상이나 화학 상을 수상한 인물을 배출하지 못했다. 또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했듯이, 우리도 삼성에 견주는 대기업이 나올 때가 됐다는 소리도 종종 들린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인재들이 나오려면,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능과 내신까지는 어렵더라도 대학에서만큼은 성적을 평가할 때, 정답을 맞히는 행위보다는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 보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조금씩 풀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실패를 허용하고,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풀이 속에서 흥미를 느껴 발탁된 아이들은 협력과 상호 존중을 배워야 한다. 즉, 혼자만의 시험공부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과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인생으로 해석해도, 결과는 같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애초에 인생에서 실패와 성공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세상을 이해하려 물리학 방정식을 풀어 갑니다. 그리고 이 연구가 삶의 변화에 영향을 바로 주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쓸모없는 짓을 하는 사람(괴짜)일수록 나중에 엄청난 성과로 돌아오니, 모든 경우의 수를 열고 반복적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방정식을 풀어보며, 세상을 조금 더 해석할 수 있을 때마다 기쁩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방정식을 써 내려간다는 것은, 어제보다 나아진 능력을 의미합니다. 더 나아진 능력으로 푼 방정식은 세상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기쁨을 주며, 반복했던 행위는 결국 노벨상을 받도록 만들었습니다.



인생도 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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