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입에 풀칠한다는 것 그리고 다기 앞가림을 한다는 것은
그 어떤 말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것이었다.
지금의 나도 그것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그게 버거울 때가 있다.
그냥 너무 버거워서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들면 갑자기 전장에 적들이 쳐들어오듯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차고 올라온다.
그래서 나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몸에 힘을 빼지 않을 수가 없다.
긴장을 놓으면 주저앉고 싶고 그럼 어김없이 그리움이 나를 삼킨다.
나는 그리움에 빠저 허우적거리다가 스스로를 건져내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다시 나를 전쟁터로 보낸다.
나는 여기에 와서 수도 없이 주저앉았고 또 나를 건져냈고 일으켜 세웠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전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내가 여기서 버텨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찾지 못했다.
전쟁을 하다 보면 너무 지쳐서 너무 버거워서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괜히 집에다가 짜증을 낸다.
나는 전화를 끊고 후회할 것을 알면서 또 이렇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그리고는 또 미련하게 전화를 끊고 운다.
언제까지 이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승자는 누구일지
그 어떤 것도 나는 알지 못한다.
어떨 때는 내가 이 전쟁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욕심에 내가 놓아버리지 못하고 뒤돌아서지 못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