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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나(3)

전쟁터로 보내진 나

by 구름 Mar 24. 2025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난지 약 7일 정도 지났을 때

내 로스터에 갑자기 변동이 생겼다.

스탠바이 이거나 그런 스케줄도 아니었고 픽스된 일정이었는데 갑자기 변동이 생겼다.


IKA

내 눈을 의심했다.

저곳은 바로 이란 테헤란

한참 전쟁 중인 나라였다.


전쟁터로 보낸다고...?

직원의 안전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 그런 것을 생각하기는 할까?


급하게 구글에 IKA Airport를 검색했다.

당연히 거의 모든 비행 편이 취소가 되어있었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곳과 카타르 빼고는.

참  중동답다.


하지만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 비행이 곧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 설마 전쟁터로 보내겠어?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말처럼

나는 정말 그 비행 브리핑룸까지 가게 되었다.

브리핑룸에서도 의심했다.

'이러다가 단체로 다른 비행을 보내던지 마지막에 계속 딜레이를 시키다가 취소가 되겠지...'


망할

진짜로 가게 되었다.


모든 크루가 표정이 정말로 썩어있었다.

캡틴 그리고 FO까지 모두의 표정이 어두웠고

캡틴은 말했다.

"부디 우리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


그리고 구가 덧붙인 말로는

우리가 시범비행이라고 했다.

전쟁 중에 비행기를 띄워도 되는지 안되는지 시험해 보는 테스트용이라고


그렇게 나는 ’ 시험용 1호‘로 이란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승객들 대부분이 가족을 보러 간다고 했다.

만약 한국에 전쟁이 나면 나도 그럴 거 같았다.

나도 다 버리고 가족에게 젤 먼저 달려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들을 가족에게 데려다주는 것이 왜 나여야 하느냐고!!! "라고 여러 번 속으로 외쳤지만

이미 나는 비행기 안인걸...

 

그렇게 보딩이 완료가 되었고 이란으로 향했다.

첫 번째 랜딩 시도는 허락을 해주지 않아 다시 고어라운드를 했다.

대기를 하다가 랜딩 허가를 받고 겨우겨우 착륙했다.


그렇게 공항에서 2시간쯤 대기를 하고

우리는 다시 이란에서 승객을 태웠다.

첫 번째 섹터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사람 그리고 지금은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피난을 간다는 것을 교과서의 사진과 그림으로만 봐왔는데

실제로도 그것과 비슷했던 것 같다.


돌아가는 비행은 정말 또 다른 전쟁터였다.

당장 출발해야 한다며 푸시를 해대는데 짐을 너무 많이 들고 와서 둘 곳은 없었다.

그럼 그걸 빼서 수화물로 넣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또 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니 유니폼은 땀으로 다 젖어있었고

사람들은 자기들의 물건을 꼭 다 챙겨야 한다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가 얼마를 내고 이 비행기를 탔는데”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어찌나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는지

귀가 먹먹해져 정신마저 멍 해질 때쯤

우여곡절 끝에 이륙을 했다


비행기 안에서도 그 난리는 계속되었다

피난 가는 중이니 물병 하나라도 더 내놓으라고

소리소리를 지르는 400명에게서 모든 인류애가 박살이 난 후에야 착륙을 했다.


착륙과 동시에 그들은 박수를 쳤다.

휘파람을 불며 살았다고 외쳤다.

그리고는 고맙다고 난리 었다.


아까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나를 못살게 굴던 사람들이

갑자기 고맙다고 한다.


인간이 참…


어쨌든 나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살았다.



다시 생각해도

그 비행을 가지 않으면

불이익이 떨어질 것이 누가 봐도 확실해 보였고

그래서 끌려갔다



그래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이다


내가 또 까먹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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