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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네 마리]

by 우영이

닭장 속 암탉이 ‘알을 낳았다’라고 알려주는 듯 울음으로 신호를 보낸다. 아니나 다를까 준비해 둔 두 개의 알통에 달걀이 그득하다. 여섯 마리가 건네는 달걀은 일주일이면 스무 개가 넘는다. 전원주택 모퉁이에 마련된 닭장에는 수탉 세 마리가 빨간 벼슬을 곧추세우고 암탉을 거느린 채 시끄럽게도 때도 모르고 운다.


오일장에서 닭을 사들인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병아리 몇 마리는 버텨내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봄을 맞아 닭 한두 마리를 더 사들일까 하다가 시골 동생 집에서 본 인공 부화기를 떠올렸다. 부모님 산소에 들르는 길에 부화기를 짐칸에 싣는다. 벌써 병아리 부화를 한 느낌이다. 동생에게 기기 사용법을 듣고 집에 와서는 관련 영상을 찾는다.


주택에서 키우는 닭이 안겨준 유정란 일곱 개를 부화기에 넣었다. 달걀 껍데기에 날짜를 기록하고 온도와 습도를 확인한다. 습도가 기준 밑으로 내려갈 때마다 삐삐 거리는 기계음이 울릴 적에는 고무 튜브에 물을 넣어 수분을 보충한다. 반자동 병아리 부화기는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알을 굴려 위치를 바꿔 준다. 전란이다. 부화기에 넣고 2주까지는 반복해야 한다. 그 이후는 알이 구르지 않게 받침대 위에 올려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준다. 이때 알을 꺼내어 밝은 빛을 쏘이면 달걀의 상태에 따라 부화 성공 여유를 알 수 있단다.


어느덧 3주째에 접어들었다.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이십이 일째 파각이 일어났다. 껍질에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가 있다. 안에서 부리로 깨고 나오려는 모양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알을 두 동강으로 깨뜨린 채 온몸이 젖은 병아리가 바닥에 발버둥을 친다. 다음날 두 번째에 이어서 나머지 알에도 파각이 일어난다. 병아리 네 마리가 태어났다. 새 생명이 깨어나는 과정을 처음으로 자세히 본다. 손주까지 둔 이의 놀라운 발견이다.


달걀이 병아리가 되기까지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나머지 3개의 알은 변화가 없다. 이틀 정도 더 기다렸지만, 부화에는 실패인 모양이다. 네 마리의 병아리는 이틀 만에 부화기를 떠나 종이 상자로 만든 관리기로 자리를 옮겼다. 앞으로 3주 동안은 일정하게 온도를 유지하고 먹이와 물을 공급해 준다면 채비가 다 된 셈이다. 영락없이 갓난아이를 돌보는 이상으로 챙겨야 한다. 깨끗한 물과 관리기 안 청결이 건강한 병아리를 키우는 첫걸음이다. 첫 모이는 삶은 달걀노른자를 물과 함께 넣어주었다. 물을 부리로 콕콕 찍어 먹는가 싶더니 노른자도 삼킨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노란 병아리를 사서 키우다 사라진 기억을 떠올려 본다.


병아리 돌보는 일은 오롯이 내 몫이다. 아내는 손사래를 치며 관리기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한다. 모이와 물만 챙겨 줘도 좋으련만 타협이 없다. 관리기 바닥에는 종이 행주를 겹으로 깔아 교체가 편리하도록 하였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집에 자주 병아리를 들여다본다. 먹이가 부족하거나 물이 없으면 삐악 거리는 울음 강도가 달라진다. 배가 부르고 만족한 환경에서는 내는 소리도 가볍다. 그 반대일 경우는 건넛방에서도 들릴 정도로 목청을 높인다. 인간이 동물들이 보내는 신호로 교류된다. 시골 닭장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무탈하기만 바랄 뿐이다.


첫 인공 부화는 70% 성공이다. 처음 하는 일은 낯설고 무지한 초보 탓에 부화율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나머지 유정란이 병아리가 되지 못한 달걀에 생각이 머문다. 몇 주 후에는 작년에 들여온 알 낳는 닭과 분리하여 닭장 안에 넣고 기르면서 서로에게 적응의 시간을 유도할 것이다. 사람도 환경이 바뀜에 따라 대처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늘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 어쩌면 처음부터 실패라는 단어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성공을 마음에 두고 진행한다.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에만 매달려 모든 것을 판단하는 세상이다. 성인은 물론이요, 시작 단계에 있는 청소년마저 오로지 성공이 전체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다시피 하였다.


병아리 부화가 쉽지 않다. 인생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나 성공하는 삶은 극히 드물다. 오르내리는 굴곡을 거쳐 더 탄탄해지고 실패를 바탕으로 내일에 도전한다. 사람은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새롭게 도전하는 일은 늘 두려움이 따르지만 분명 가치가 있다. 도전은 삶을 건강하게 만들고 활력이 넘치게 한다. 오늘은 미루어 두었던 중국어 회화 학습에 채널을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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