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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했잖아요]

by 우영이

매일매일 쑥쑥 자라는 식물만큼이나 성장기 아이들을 바라보면 얼굴에 웃음이 절로 생긴다. 동네에서 아가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나의 자식들도 저런 시기가 언제 있기나 했나 싶어 아득하다.
퇴직 후 마음의 여유를 두루 가진다. 인연이 닿아 몇 년째 중학교에 출강하여 학생을 지도한다. 자식 또래의 신세대들과 사무실에서 어울리고 강의로 또 다른 삶을 펼치고 있다. 사람은 평생 배우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외국어 습득이라는 목표를 진행한다. 자신의 생활이 외롭고 힘든 경우 그 돌파구는 역시 한 가지 배움에 집중하는 일이 아닐까.
출근 시간 긴 차량 브레이크 불빛이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한 끝에 병목 지역을 통과하여 강변도로를 내달린다. 교내 주차장은 먼저 도착한 차들로 채워져 결국 이중 주차를 한다. 계단에 이어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문이 잠겨 있다. 일전에 받아 둔 비밀번호로 장벽을 해제하고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물 한 모금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자리로 돌아온 동료들과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시작 멜로디에 인쇄된 학습 자료를 챙겨 강의실로 향하는데,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은 늘 설렘이 앞선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은 늘 싱그럽다.
시작종은 바쁜 걸음에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복도에는 아직도 몇 명의 학생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교실에 들어서서 엎드려 있는 학생을 확인해서 수업 시작 시각임을 알려주고 일제히 인사에 임한다. 반장의 구령에 행동을 취하는 이는 절반도 못 된다. 인사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기에 ‘이것은 아니다.’ 싶어 전체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다시 인사해 보자는 말을 건넸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 전 했잖아요’다.
내 생각과 아이들의 행동은 달랐다. 상대방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요, 상대방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 행사처럼 바꿨다. 아예 인사도 없이 수업을 시작하는 때도 있단다. 학교가 지식 습득만 우선시되는 공간으로 바뀌었나. 사자소학의 가르침은 문헌에만 존재하는 글귀인가.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오면 반드시 뵈어라.’ 인성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도덕과 규범이 중요시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몸에 익은 옷이 늘 가까이 이용되듯 익숙한 습관이 요즘 세대에게는 퇴색되어 간다. 예전에는 매 끼니때 식사 여부를 묻는 안부가 인사의 시작이었다. 오늘 교실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대하면서 마음이 서글프다.
기본적인 예절은 현실에서는 뒷전이고 지식 습득으로 시험 점수에 몰두해 있다. 시험지에만 바르게 나타나고 행동은 휴지통에 버려지는 셈이다. 사회 현상의 시작은 가정이 중심에 있다. 가정교육이 바탕이 되고 학교 교육은 가정과의 협조 아래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이다. 인사 하나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내가 너무 어른의 입장만 내세운 것인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인사 잘해서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없다. 멀어진 인성 교육을 강조하고 따로 시간을 들여서 지도하는 공을 들인다. 이것 또한 어떤 효과를 기대할 것인가. 지식과 실천이 하나가 된다면 그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성급한 생각인가. 어긋난 행동은 바로 잡아져야 한다. 기다림 속에 변화를 기대해 본다. 다만 강요가 아닌 자신의 결단으로 본인의 의지에 기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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