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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째 이런 일이]

by 우영이

알람 시각보다 먼저 눈을 떴다. 평소처럼 운동복 차림으로 집 주변 산책을 나서려다 목적지를 바꾼다. 휴일 아침 거실은 동트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생수 한 병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한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구장으로 다가가는데 이른 시간만큼 도로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주차장은 곳곳에 자리가 비어 여유롭게 차를 세운다. 운동장으로 들어서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을 마주한다. 경기에 나서려면 서너 명씩 조를 맞추는데 혼자였기에 비어 있는 곳을 기웃거리다 부부 조와 짝을 맞춰 네 명을 채웠다.

첫 홀이라 가볍게 퍼팅을 한다. 의외의 결과다. 공이 그린 한 뼘 정도의 거리에 붙었다. 팀원들이 ‘좋습니다.’라고 외친다. 다행히 버디로 시작을 하였다. 오늘은 얼마만큼의 타수를 이어갈까. 홀을 벗어나지만 말자는 기분으로 두 번째 홀에 접근하였다. 경사가 커서 종중 그린 멀리 공을 보내는데 오늘은 최상의 몸 상태다. 순조롭게 퍼팅한 공은 홀 바닥 금속음을 뚜렷이 들려준다.

오호라! 이런 날도 있나 싶게 공을 그린 가깝게 올린다. 세 번째 홀에서도 티샷은 최상의 퍼팅 기회를 만들었다. 조원들이 한 마디씩 건넨다. 최고의 경기 감각으로 경기를 한다며 내일 대회에 출전하는 자신의 아내에게 길잡이가 되어 달라고 당부한다. 경기 규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앞 홀의 성적이 좋으니 홀마다 맨 먼저 나선다. 신기하게도 눈을 감고도 퍼팅할 수 있을 정도로 홀컵에 붙였다. 굿샷 소리가 합창으로 들려온다. 경기 중반을 넘긴다. 한 바퀴를 마칠 즈음인데 느낌이 좋다. 마지막 홀 앞에서 티샷 하기 전 다짐을 한다. 욕심은 버리자. 파만 만들자는 각오로 클럽을 휘둘렀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가. 홀인원이 안 된 것이 아깝다. 뼘도 안 될 만큼 가까이 다가선 공이다.

파크 골프를 배운 지 육 개월이다. 9홀 전체를 버디로 끝내다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마음으로 쾌재를 부른다. 두 번째 라운드 첫 홀부터 홀 인이다. 공이 어디에 머물렀나 지켜보는데 갑자기 공이 사라졌다. 내가 친 공이 보이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떠는데 일행들이 어디로 갔지 하며 맞장구를 쳐 준다.

홀컵 안 오렌지색 공을 꺼내어 기념사진 촬영 자세를 취하며 동행자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최근 경기에서 내내 벗어나는 공이 많았는데 드디어 홀 인을 달성했다.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치며 축하를 받는다.

대회 참가를 앞둔 사람들이 몰려든다. 세 번째 홀 경기대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기다린다. 클럽이 꽂혀있는 대기팀만 열다섯 세트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부부팀이 준비한 커피 한 잔을 덤으로 마신다. 건강하게 같이 운동 온 이들이 부럽다. 아내의 분발과 나 자신의 기다림이 필요하리라.

경기가 끝나갈 때쯤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27홀을 돌면서 오늘이 최고의 성적이다. 이 경기 감각을 지켜나가자. 할 수 있다는 신념과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한 가지는 잘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어떤 일이든 꾸준함이 필요하다.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최상이다. 자만심은 버리고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하는 나날을 만들어가련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좋아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자. 보고 관찰하고 세세히 살펴보자. 오늘을 발판으로 내일의 활약을 기대한다. 둘이 함께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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