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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Jun 22. 2024

아이들은 손 끝에도 뇌가 있다

시론

뜨거운 여름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마음껏 공원이나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삼삼오오 어느 구석에 모여 전자기기를 들여다보는 아이들이 먼저 보이지 않던가요.



‘디지털 교육’을 검색창에 넣고 살펴보면 수많은 글이 쏟아집니다. 첫 페이지가 1993년 글인 걸 보면 지금으로부터 30년이 더 지난 때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통신, 디지털교과서, 온라인, ICT, 코딩, 빅데이터, 인공지능, AI 따위의 낱말로 바꿔가며 뭔가 새로울 것 같은 신비로움을 풍기면서 교육계를 흔들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교육부 장관과 국회의장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도 초등학생부터 온라인 학습으로 상위권이 될 수 있다는 광고가 중독성 있는 리듬을 타고 들려옵니다. 대학도 돈이 없어 강의실마다 설치하지 못한 전자칠판을 일부 교육청에서 유치원까지 보급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교육당국이나 정치권에서 디지털 교육 관련 정책이나 주장이 나오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를 반기기보다 한결같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로 답합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용과 방향은 교육 3주체와 합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며 ‘학교는 새로운 기술의 실험실이 아니며, 아이들도 실험체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충분한 준비와 동의 없는 디지털 교육 도입은 시행착오에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의 성장 발달에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에 뒤처질까 걱정하면서도 틈만 나면 핸드폰과 컴퓨터에 붙어사는 아이들이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집에서는 컴퓨터 사용 시간을 통제하고 있는데, 수업 준비하는 거라며 종일 학교에서 나눠준 패드를 붙잡고 있는데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며 골치 아파합니다.


우리 반에 나만 스마트폰이 없다고요


짜증 섞인 아이의 하소연을 귓등으로 듣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마지못해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건네주면서도 개운치 않습니다. 16세 이하 아동들에게는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도록 한다는 해외 소식이나 실리콘 밸리의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최대한 늦춰서 스마트폰을 사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돈 쓰고 뺨 맞는 것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정보통신과 관련된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 소외가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 아이들의 디지털 과몰입이 더 문제인지와 관련한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가정 형편이나 아이마다 다른 상황일 텐데, 교육 당국은 세심하게 보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 하나하나의 배움과 성장보다 숫자로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보는 책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아기는 손으로 본답니다. 이제 뿌연 그림자로만 보이던 엄마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자꾸만 엄마 코를 잡고 눈을 만지는 이유는 그것입니다. 엄마 눈은 떴을 때는 반짝반짝 빛나다가 감으면 그 빛이 사라지는 신기한 물건입니다. 아기는 진지하게 정신을 집중하여 엄마 머리카락을 잡아 보고 이를 만져 보고 입안을 들여다보려고 손가락으로 입을 벌리려 애씁니다. 아이를 방해하는 것은 ‘아이랑 놀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재잘거리거나 입 맞추고 농담을 하는 것 등입니다. 아기는 확신과 가정, 과제 등을 가지고 조사를 하는 중인데 말이죠.


이제 곧 여름방학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실제 같은 가상세계’가 아니라 온갖 감각을 열어놓고 ‘진짜 세상’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르고, 켜고, 오리고, 붙이고, 주무르고, 쓰고, 만들고, 그리고, 걷고, 뛰고, 뒹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길 소망합니다. 아이들은 손끝에도 뇌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글쓴이: 감삼영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원장



매거진 여름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여름


1. 시론


2. 특집: 디지털 교과서, 굳이 지금 왜?


3. 학교 이야기


4.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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