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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n 04. 2023

엄마가 봉인해제 됐다!

<3>집순이 자아의 눈물

"엄마한테 빠빠이 해야지요~빠빠이~?

다녀오겠습니다 해야지요~."


어린이집 차 문이 열리자,아기는 뒤도 안 돌아보고 차로 돌진했다.눈 한번 마주쳐 보겠다고 쉬지 않고 인사를 해대는 엄마와 열심히 인사를 시켜주시는 선생님의 열정을 뒤로 한 채, 아기는 노란차 안을 샅샅히 살피고기사님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그렇게 나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더니...

처음 타 본 노란 어린이집 차가 그리 좋은건지,인사는 커녕 눈맞춤 조차 없이 출발해 버렸다.


나만의 시간이 생긴 첫 날,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도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런데 그때부터 심경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 탔다.

드라마 속의, "저 차를 뒤쫒아 가주세요,기사님!" 이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아니, 이 상황...뭐냐고요?!




잠시 뒤, 나는 어린이집 맞은편 카폐에 앉아 있었.

'지금 울고 있을까?넘어져서 혹시 바닥에 머리를...?뉴스에서 보던 나쁜 선생님이 있는건 아닐까?5살 이지만,실제로는 아직 3년 반 밖에 안 살았는데,내가 편하려고 저리 작은 아기를 내몬건가?지금이라도 집으로 데리고 갈까?그러기엔 내몸이 너무 아픈데...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온갖 생각들이 쏟아졌고,답을 찾지 못한 나는 친구들과 단체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절친인 선배맘들의 간단명료한 답을 듣고서야,마음이 안정되었다.


"처음 어린이집 보낼 때,엄마도 분리불안 겪을 수 있어.며칠 지나면 좋아질거.걱정하지 ."


보내놓고 겪는 첫 불안의 크기에 차이는 있지만,나처럼 걱정하는 마음은 다 같다고.며칠 지나면 불안감은 싹 사라질 거라고.




그날 아기는 잠이 든 채, 하원차량에서 내렸다.

잠든 아기를 받아 안돌아서는데,"엄마,보고싶었어...엄마 사랑해."라고 하는 아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소리도 작았지만,엄마는 알아 들을 수 있는 아기의 목소리.

목과 어깨,허리는 아파왔지만, 마음은 터질듯이 벅차올랐다.


"엄마도 너무 사랑해."

내 대답을 듣고, 아기가 더 가득히 안겨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몇분...잠든 아기를 품안에 꼬옥 안고 걷는 동안, '집순이 자아'는 힘들다고만 해서 미안했다고,이 기회에 힘 한번 내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열정이'는 짝다리를 짚은 채 멀찍이서 브라보를 외치며 굵직한 박수를 보내왔다.

'열정이'가 다시 봉인 될까봐 불안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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