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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n 17. 2023

COOL~내 안에 소녀 있다.

기꺼이 주책바가지가 될 용기

댄스학원의 연말 쇼케이스가 드디어 끝나는 순간이었다. 출구가 열리며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신랑과 아기를 찾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내 손을 덥석 잡았고, 손을 타고 올라간 시선의 끝에는, 나와 같은 연배로 보이는 학부모 한분이 웃으며 서계셨다.


"무대 정 멋있었어요. 저도 해보고 싶어요, 아... 어떡해, 정말~! 나도 하고 싶은데... 너무 멋졌어요, 진짜, 진짜로! 계속 계속 춤춰주세요, 파이팅!" (경상도 억양으로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수줍어 하셨지만, 처음 본 이의 손을 덥석 잡게끔 만든 그분의 용기는, 내게 진심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다소 흥분한 듯한 목소리와 같은 말을 반복하시며 얘기를 쏟아내시는 반짝거리는 눈빛, 내 손을  오므려 감싼 두 손에서 그분의 벅참과 설렘이 전해져 왔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그 마음을 응원해 드렸다.

누군가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오기도 전에, 어디선가 또 다른 분이 나타나셨다. 소녀처럼 발을 동동 구르시며, 내 무대를 보고 나니 어렸을 때처럼 춤을 춰보고 싶다고 하셨다.


두 분이 그렇게 북새통에 정신없이 스쳐가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몇 초간 정지한 듯 서있었다. 울컥했던 것 같다.

조금 전 스쳐가신 두 분 학부모가 아닌, 때 그 시절 소녀의 눈빛을 하고 계셨다.

작은 일에도 꺄르르 웃고, 눈치 보는 대신 당당히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얘기하고, 쉬는 시간이면 오빠들의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추던 같은 시대를 간직한 친구들이었다


육아하는 엄마, 자녀교육으로 머리를 멘 학부모, 집안일하는 아내, 맞벌이하는 아내, 시부모님을 간병하는 며느리, 나이가 들어서도 싱글을 택한 누군가의 딸들...

그들은 모두 소녀다...


나의 무대가 주책이 아니라, '부끄러워 숨어버렸던' 그들 안의 '소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니... 가슴에서 뜨끈한 무언가가 라왔다.

나답기 위해 시작한 댄스 단지 '내가 많이 좋아하는 취미이자 해소구'였는데, 그날 그 자리에서 취미는 목표가 었다.

(열정아... 제발... 이러다 대통령 선거에도 나갈 것 같아... 아니, 우주선도 탈 것 같아.)


<태어나 처음해 본 탈색, 애쉬블루 염색>

나는 현재, 마흔이 넘어 댄스강사를 준비 중이다.

평생 춤을 춰왔던 분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실력면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부터 생각하면, 도전은 시작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두려움 대신 한 가지 믿음을 가득 안고,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우리들 안의 소녀가 깨어난다면 그들은 다시 꿈 것이, 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이든 도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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