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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n 28. 2023

엄마가 봉인해제 됐다!

<10> 미간보톡스 대신 필라테스

대부분 PT(personal training)나 필라테스를 떠올리면 지갑사정부터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가만히 뒀다가는 병원비가 더 들 판이었다.

그리고 통증을 참는 동안 삶의 질은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쳤다.

1-2주에 한 번씩은 꼭 파스를 사다 쟁여놓았고, 외출을 할 때면 혹여라도 통증이 심하게 찾아올까 봐 핸드폰은 잊어버려도 파스와 타이레놀만은 가방 속에 미리미리 챙겼다. 아기를 안고 걸을 때면, 급작스런 통증이 왔을 때 낙법을 어떻게 해야 아기가 안 다칠지를 늘 염두하고 걸었다.

나는 24시간 엄마였고, 코로나 시국에 나 때문에 아프지도 않은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참고 참다가 너무 아픈 날은 친정에 아기를 맡기고 병원에 다녀오는 것이 다였다. 미간에는 주름이 생겼고 입에는 '아야!' 소리가 붙어버렸다.

고통과 미간주름은 한 세트다. 잊지 말자.


교정과 재활... 이게 가능은 한 건가?

나는 첫날, 센터에 차곡히 쌓인 교정 성공 사례들을 보며,


'이런 프라이빗한 곳에 돈을 낼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니, 마음먹고 여유 있게 관리를 받은 거겠지... 거북목도 여유가 되니, 이것저것 다른 관리도 받으면서 회복이 된 케이스 아니겠어? 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큰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들이겠구먼.'


하고, 무지렁이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부정적이었고, 지쳐있었고, 자존감도 떨어진 상태였다.

사실, 그들도 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동을 시작한, 똑같이 절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단 몇 장의 사진 안에 그들이 흘린 어마어마한 양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또한 사진 속에는 없었지만, 묵묵히 노력하시는 강사님들이 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실력을 겸비하신 필라테스 강사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아무튼, 필라테스 첫날 호흡만 했던 것 같다. 돈이 하늘로 흩뿌려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속단하고 포기하는 것은 20대 때 이미 많이 해봤던 나였기에... 포기의 경험들이 새겨준 깨달음, <제대로, 그리고 오래 해보지도 않고 무언가를 평가할 자격은 없다>를 되새기며 운동을 이어나갔다.


5회차 쯤이었다.

뛰거나 근력운동을 마구 한 것도 아닌데, 바닥으로 땀이 후두둑 떨어졌다. 틀어진 어깨와 골반을 제자리로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 자신이 보였다. 그리고 거울 속의 강사님이 보였다.

매의 눈으로 틀어진 곳을 계속해서 발견해 내시고, 때로는 몸이 돌아가면 직접 온몸으로 지지대가 되어주시기도 했다. 내가 스스로 몸을 컨트롤하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50분을 쉼 없이 움직이셨고, 쉼 없이 피드백을 해주셨다. 실력 있고,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한 강사님들을 만난 것은 참 행운이었다. 어느새 필라테스에 대한 의심은 믿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나는 필라테스의 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며, pt센터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를 해주는 자도 아니다.

그저 돈을 내고, 제 체력만 챙기고자 기한이 늘어지게 다니는, 어찌 보면 센터에서는 달갑지 않을 회원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한 달에 지출되는 비용은 1:1 수업의 질에 비하면 턱없이 작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실력자들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음에 나는 그 감사와 감동,여정을 글로 남긴다.


자신의 건강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깨어있는 자들이다.

나는 빚을 내서라도 체력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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