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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l 04. 2023

당신의 견갑골에 끼이고 싶어요.

50대, 그녀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운동인증을 알리는 톡방이 핫하다.

새벽팀들은 운동을 하고 아이를 챙기고, 직장까지 나가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 누구도 바쁜 하루를 탓하지 않다.

'바빠서 못한 것이 후회된다'와, '바빠서 못했다'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전자를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후회'라는 단어는 '할 수 있었는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2개월 전쯤이었나..? 기존멤버 이셨던 50대 ES님이 오랜만에 인증을 올리셨던 날이었다.

'와... 50대 치시고는 탄탄하시다. 누가 봐도 운동하는 분으로 보일 것 같아.'

그분을 본 나의 첫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분이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셨다.

<나는 운동전문가가 아니다.하지만 이 분의 등을 보는 순간 견갑골을 둘러싼 등근육 하나하나를 검색했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거의 매일, 같은 포즈로 운동완료를 알리는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군살없는 탄탄한 몸을 시작으로, 이제는 점점 세세한 근육까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 머릿속에서 어느새 '50대'라는 수식어가 지워지고 있었다.

'어? 오늘도 ES님 인증하셨네? 등근육 정말 멋지시다!'

그녀는 누구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만큼 멋졌다.

리고 7월의 첫날, 그녀 인생의 첫 바디프로필을 남겼다.

당시 ES님의 체지방률은 10%였다고 한다...




나는 톡방에 참여한 지 5개월 차인데, 일주일에 3일을 목표로 잡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못하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가 운동을 했나, 안 했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 한사람이 본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를 사진이라는 방법으로 도장을 찍듯 남긴다. 그러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그 의지를 응원한다.

이곳에서는 '내'가 아닌 '나의 의지'가 주인공이다.

시기와 질투 대신, 투지와 열정을 응원하고 이끌어내는 마음들만이 존재한다.


<헬녀 챌린지> 인증방의 모든 멤버들은 알고 있다.

우리는 매일 운동을 인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하루를 스스로 설계하고, 때로는 불가항력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켜냈다는 매일의 승리 인증하고 있다는 것을.


<위는 ES님의 인스타그램 속 글; 이 수치는 놀랍게도 3주만의 결과였다>


나는 ES님의 게시물 속 등근육과 저 짧은 문장을 뚫어져라 보고 또 보았다. 처음으로 '등이 멋진 50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갱년기를 멋지게 준비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사진첨부를 허락해 주신 ES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eunsun8092

※사진을 불법적으로 복사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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