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엄마가 봉인해제 됐다!
21화
하르방의 자장가
자랑 자랑 왕이 자랑~
by
마음 됨됨이kmj
Jul 25. 2023
새벽 5시, 쌔근쌔근 잠든 아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용히
읇조린다.
우리 아기, 자랑 자랑...
(*'자랑'은 제주도 방언으로, 자장가의
'자장자장'과
같은
뜻
이라고 한다.
)
처음엔 그냥 감기라고 생각했다.
코
로나
라고 채 생각
이 미치기도 전에, 가족들은 큰 증상 없이 2-3일 만에 열이 다 내려갔
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고열이 진행됐고, 연이어 아기도 열이 나기 시작했다.
주말이 끼어있던 터라 다행히 집에서 쉴 수 있었고, 전염을 막기 위해 10여 일간의 운동 및 일정을 미리 취소했다.
문제는 나도 쉬었어야 했는데, 아기가 아프기 시작하니 내 몸이 삭아내릴 듯 뜨거운데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기가 아픈지 이틀이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새벽 3시,
수면등의 불빛에 의지하여 작은 귀를 찾아 체온을 쟀다.
삐-! 하는
측정완료음 소리가 조용한 밤을 깨울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들려왔고, 액정화면에는
붉은등이 켜졌다.
39.5°c,
숫
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쳐진 아기를 일으켜
세워
허둥지둥 약을 먹이고 물을 마시게 했다. 해열제에 반응하는지 살피기 위해 30분쯤 뒤에 열을 재기로 하고, 물수건으로 뜨거운 이마와 볼을 닦아
주
었다.
약
사십 분
뒤, 38.5도... 해열제가 작용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새벽 5시쯤에는
37.7°c 까지도 열이 내려섰다. 열이 떨어지니 그제서야 스르륵, 아기는 편안한 잠에 빠져드는 것
같
았다.
어느새 어둠이 걷히고 새벽의 푸른빛이 방안의 사물들을 비춘다. 나도
자야 하는데... 숨을
쉴 때마다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몸
을
보고 있자니 잠이 오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작은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 열은 내가 더 나는데, 웃음이 나왔다.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랑... 자랑..."
아빠가 손주를 안고 부르시던 마법의 노래.
처음엔 듣고서, 그게 무슨 노래냐며, 염불 같다고 웃었었다.
"자랑~자랑~왕이 자랑~
우리 00, 왕이 자랑~
자랑~자랑~ 왕이 자랑~"
할아버지의 자장가에 고개가 툭,
아기는 보행기에서 잠이 들어
버렸었다.
할아버지의 자장가에 눈꺼풀이 스르르, 따뜻한 품속에서
아
기는
수백 번
잠이 들어 버렸었다.
자랑 자랑, 우리 똘...
(
*똘=표준어로 '딸')
잊
고 있던 내 아버지의 자장가 소리가 마을 어귀를 돌고 기억 속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바다가 보일 즈음, 돌담을 타고 제주도의 어린 나를 찾
아
간다.
keyword
제주도
자장가
사랑
Brunch Book
엄마가 봉인해제 됐다!
19
여름 육아의 맛
20
당신의 견갑골에 끼이고 싶어요.
21
하르방의 자장가
22
주부 파업 4일 차입니다.
23
(후) 주부 파업 4일 차입니다.
엄마가 봉인해제 됐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3화)
18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마음 됨됨이kmj
직업
기획자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린 호기심 많은 집순이. 엄마가 집밖으로 봉인해제 되었다!!! 아기 손을 잡고 따라나선 세상...고마워, 다시 세상밖으로 나오게 해줘서ㅡ
팔로워
27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20화
당신의 견갑골에 끼이고 싶어요.
주부 파업 4일 차입니다.
다음 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