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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l 25. 2023

하르방의 자장가

자랑 자랑 왕이 자랑~

 새벽 5시, 쌔근쌔근 잠든 아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용히 읇조린다. 우리 아기, 자랑 자랑...

(*'자랑'은 제주도 방언으로, 자장가의 '자장자장'과 같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냥 감기라고 생각했다.

로나라고 채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가족들은 큰 증상 없이 2-3일 만에 열이 다 내려갔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고열이 진행됐고, 연이어 아기도 열이 나기 시작했다.

주말이 끼어있던 터라 다행히 집에서 쉴 수 있었고, 전염을 막기 위해 10여 일간의 운동 및 일정을 미리 취소했다.


문제는 나도 쉬었어야 했는데, 아기가 아프기 시작하니 내 몸이 삭아내릴 듯 뜨거운데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기가 아픈지 이틀이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새벽 3시, 수면등의 불빛에 의지하여 작은 귀를 찾아 체온을 쟀다. 삐-! 하는 측정완료음 소리가 조용한 밤을 깨울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들려왔고, 액정화면에는 붉은등이 켜졌다.

39.5°c, 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쳐진 아기를 일으켜 세워 허둥지둥 약을 먹이고 물을 마시게 했다. 해열제에 반응하는지 살피기 위해 30분쯤 뒤에 열을 재기로 하고, 물수건으로 뜨거운 이마와 볼을 닦아다.

사십 분 뒤, 38.5도... 해열제가 작용하는 듯 보였다.

리고 새벽 5시쯤에는 37.7°c 까지도 열이 내려섰다. 열이 떨어지니 그제서야 스르륵, 아기는 편안한 잠에 빠져드는 것 았다.




어느새 어둠이 걷히고 새벽의 푸른빛이 방안의 사물들을 비춘다. 나도 자야 하는데... 숨을 쉴 때마다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몸 보고 있자니  잠이 오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작은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 열은 내가 더 나는데, 웃음이 나왔다.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랑... 자랑..."


아빠가 손주를 안고 부르시던 마법의 노래.

처음엔 듣고서, 그게 무슨 노래냐며, 염불 같다고 웃었었다.

"자랑~자랑~왕이 자랑~

우리 00, 왕이 자랑~

자랑~자랑~ 왕이 자랑~"

할아버지의 자장가에 고개가 툭, 아기는 보행기에서 잠이 들어 렸었다.

할아버지의 자장가에 눈꺼풀이 스르르, 따뜻한 품속에서 기는 수백 번 잠이 들어 버렸었다.




자랑 자랑, 우리 똘...(*똘=표준어로 '딸')

고 있던 내 아버지의 자장가 소리가 마을 어귀를 돌고 기억 속 구불구불한 골목을 지나, 바다가 보일 즈음, 돌담을 타고 제주도의 어린 나를 찾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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