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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Aug 31. 2023

주부 파업 4일 차입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 부부싸움

파업이라니...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쌓인 일들 어차피 내가 다 하게   알기에, 이런 방식은 무의미다.

그런데 의도치 않았던 파업을 통해 '기본적인 살림', '집안을 작동시키는 최소한의 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기본만 하자!"할 때의 그 기본말이다.




남편의 비난칠째 속되었고, 결국 집을 나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는 무엇이 다툼의 시작이었는지 기억조차 못했고, 그저 나를 향한  선 비난을 폭격기처럼 퍼부어다.  아기를 안고 어두운 밤  한 내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등줄기를 타고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땀과 등산하 듯 힘겨운 숨소리로 가득 찬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 집은 이미 인스턴트들로 식탁 위, 거실상 위가 어지럽혀져 있었다.

무엇을 먹든 이해한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늘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내 몫이었다.

과자 하나를 먹어도 포장껍데기는 앉았던 자리에 떨어져 있다.

그런 점들을 고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가 대신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기가 모방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달라 부탁을 했다.

그는 그런 말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음... 밖에서 무슨 나쁜 일이 있었던 건가? 그렇다고 해도 배우자에게 이런 식으로 뱉어내는 건 옳지 않다.


며칠간의 힘든 상황에 이틀째는 아침부터 온몸이 아팠다. 아기에게 밥을 해 먹이고, 놀아주고 그 외의 집안일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쉬게 해 주었다. 3일째가 되자, 궁금했다. 딴에는 한다고 했던 일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3일째... 집안이 손대기 무섭도록 지저분하게 변했다. 나는 지금 다소 충격적인 집안꼴을 보는 중이다.




몸이 아프거나 여행을 다녀올 때를 빼고는, 세탁물이 일 최소 한 번씩은 꼭 돌아가야 하고. 여름이거나 혹은 손빨래가 꼭 필요한 옷이 있으면 최대 3-4번까지도 세탁기를 돌리며, 그 곁에 구부려 앉아 손빨래를 했다. 어떤 것은 손빨래가 아니면 세탁법을 지켜도 늘어나기에 드라이 전용세제로 굳이 손세탁을 해었다.

<호기심 많은 아기가 손잡이를 빼버려 손끝으로 여닫는 서랍장, 13년 된 골동품>

보드라운 타월과 옷, 양말은 늘 그 자리에 곱게 접어 두는 것이 습관이다.

그렇다고 살림을 미적으로 아름답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예쁜 살림은 아니어도, 침실 그리고 거실과 화장실이 늘 정돈된 집이었다. 남는 방이 있을 때, 그 방이 창고화 되는 것은 인정하겠다.




결혼 13년 차...

아픈 것도 여행나온 것도 아닌데, 처음으로 집안일을 멈추고 있다.

매일을 해도 티가 안 나던 집안일이, 손을 떼고 나서야 엉망이 되며 티가 나고 있다... 손을 닦거나 샤워 후 물기를 제거할 타월이 없다.

미리 개어둔 옷들은 입고 난 뒤, 세탁실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고 있다.

설거지통이 가득 차다 못해 넘치고 있으며, 신랑은 물 마실 컵, 여분접시 하나찾지 못해 주방을 기웃거리다가 돌아 나온다.

화장실은 늘 휴지심지를 버리지 않고 올려두는 신랑 때문에 선반이 그득하다.

쓰레기통은 아무도 눌러주지 않아 쓰레기들이 솜뭉치처럼 공기를 머금고 통밖으로 흘러나온다.

갑 티슈를 다 쓴 자리에는 빈 티슈통만 있다.

배달음식을 먹고 난 자리에는 페트병과 먹 남은 음식들이 한 끼도 아니고 여러 끼니 굴러다닌다.

게다가 지금 아기가 백는 족히 넘는 장난감들을 쏟아놓았다.

아기 키우는 집이 대부분 그렇듯, 장난감이 흩어져 있는 것은 적어도 내게이상한 일은 아니다.


는 이 집안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그가 나에게 얘기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안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 목적은 내가 하던 일을 과시하려던 것이 아니다...

어쩌다 3일째가 된 날, 그저 궁금했다. 을 뗀 후의 집안이 그전과 다를 게 없다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맞았기에,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기 키우는 그냥 어수선한 집에서, 든 작동이 멈춰버린 쓰레기집으로 변하는 데에는 3일이면 충분했다.


엉망진창인 광경을 보니, 내가 미치고 팔짝 뛸 것 같 아무래도 파업은 4일 차 아침에 끝이 날 것 같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내 할 일은 해야겠다.

조금 전, 퇴근한 신랑이 타월을 찾지 못해 서성이다가 주방의 손 닦는 수건을 들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가 "집안일도 육아도 내가 하는 거 알?"라고 얘기했기에, 본인이 타월도 세탁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 일은 내가 해오던 게 맞구나 싶었다.

나는 온몸이 땀에 절여져 1시간여를 아기를 씻기고 물놀이까지 마무리하고 나왔다. 신랑은 자기가 육아를 다 한다고 했는데...아무래도 내가 해오던 게 맞구나 싶었다.


그 나름의 고생을 안고 바깥일을 하고 와서, 며칠 전과 다르게 조용한 모습을 보며...

그러나 매번 반복되는 상처뿐인 다툼과 폭언속에서...

나도 당신도 이제 멈추길 바란다. 간절하게 바란다.


의도치 않은 파업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안일의 bad와 basic, 그리고 great의 경계선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두리뭉실했던, 해도 해도 티가 안 났던 집안일을 공부하듯 들여다본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기를 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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