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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n 28. 2023

나는 곰처럼 추격한다

건망증, 잃는 것과 잊는 것

"기사님, 기사님~잠시만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순간 핸드폰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추격전이 시작된다.

개인택시는 카드내역에 차량번호도 안 찍힌다...

그냥 결제된 시간과 택시비만 알 수 있다.

나는 눈이 나쁘다. 번호판이 보이질 않았다.

저 택시를 놓치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세상 쪽팔림이 대수냐.

애엄마는 일거리 느는 게 더 싫단말이다!!!


운전자뒤에서 곰이 나타난 것 마냥 놀라야 한다.

뒤통수가 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센 기운을 느끼고 백미러를 확인할 것이다.

(*거세다:사물의 기세 따위가 몹시 거칠고 세차다.)

'이 에너지는 도대체 뭐지?' 할 정도로 크고 거대하게 팔을 휘둘러야만 한다.

자신 있었다. 곰이라면 나와 비슷하니...

팔목에 휘감겨있던 파란 종량제봉투도 빛을 발한다.


멀어져 가던 택시가 멈춰 섰다.

이 희열...

뒷자리 문을 열고 먼저 감사하다고 운을 떼며,


"제가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요. 조금 전까지 보고 있었던 폰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른 건 다 챙겨놓고는, 글쎄 들고 있던걸 두고 내리네요."


"손에 있는데."

택시기사님도 부산 남자였다.

대답이 어찌나 짧고 감정이 없으신지ㅡ


"손... 손이요...?"

내가 지금 가방 메고, 봉투 들고, 간식 사들고...

손이 모자라서 팔목에도 걸었구, 무슨...

어? 왼손에 이게 뭐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문을 닫고 돌아서니 햇살이 눈이 부시다. 날씨도 좋고, 잃어버린 것도 없는데, 가슴 한휑하다.

기억과 시간은 쌓인다고만 생각했는데, 잃어버리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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