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며 어둑어둑 해져서인지,혹은 70은 훌쩍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의 시력이 나를 어둑하게 보이게 한건지 나를 향해 연신 학생을 외치신다.
약속이 있어 뛰어 나가다가,무인 아이스크림가게를 힐끗 보고는 약속에 늦기로 이상한 결심을 한다.
나는 계산대 앞의 아이스크림 5개가 든 바구니 앞으로 달려들어가 숨을고르며 나머지 두사람이 할아버지의 당황스러움을 미안하게 느끼지 않게 자세를 낮추었다.네다섯살 정도의 형제로 보이는 손주 두명이 할아버지보다 더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이걸 못해서..."하시며 지폐를 보여주시는 굳고 검어져버린 손과 목소리에서 나이가 생각보다 더 많으시겠구나 싶었다.
바구니에서 첫번째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할아버지께서 충분히 인지하실 수 있도록 "이게 바코드예요.저도 이걸 찾으려면 겉포장을 이렇게 천ㅡ천히 돌려본답니다."라고 천천히 말하는 내 속마음은 약속에 늦어 허덕 거리고 있었지만,두번째 아이스크림을 꺼내 할아버지께 건네드렸다.
"제가 하는것 처럼,바코드를 찾으셔서 이 동그란 화면같은 곳에 대면 삑ㅡ이렇게 인식 한답니다.여기 화면에 1200원 찍혔네요?"가만히 들고 계셨지만,천천히 인지하고 계셨을 거라는 걸 알고있다.이번엔 쪼그리고 앉아 아기들에게 "이게 바코드야.한번 해볼래?"하고는 씨익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