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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됨됨이kmj Jun 01. 2023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세사람>

스쳐 지나는 풍경속에서 아빠를 본다.

"학생,학생!"

밤이 되며 어둑어둑 해져서인지,혹은 70은 훌쩍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의 시력이 나를 어둑하게 보이게 한건지 나를 향해 연신 학생을 외치신다.


약속이 있어 뛰어 나가다가,무인 아이스크림가게를 힐끗 보고는 약속에 늦기로 이상한 결심을 한다.

나는 계산대 앞의 아이스크림 5개가 든 바구니 앞으로 달려들어가 숨을 고르며 나머지 두사람이 할아버지의 당황스러움을 미안하게 느끼지 않게 자세를 낮추었다.네다섯살 정도의 형제로 보이는 손주 두명이 할아버지보다 더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이걸 못해서..."하시며 지폐를 보여주시는 굳고 검어져버린 손과 목소리에서 나이가 생각보다 더 많으시겠구나 싶었다.


구니에서 첫번째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할아버지께서 충분히 인지하실 수 있도록 "이게 바코드예요.저도 이걸 찾으려면 겉포장을 이렇게 천ㅡ천히 돌려본답니다."라고 천천히 말하는 내 속마음은 약속에 늦어 허덕 거리고 있었지만,두번째 아이스크림을 꺼내 할아버지께 건네드렸다.

"제가 하는것 처럼,바코드를 찾으셔서 이 동그란 화면같은 곳에 대면 삑ㅡ이렇게 인식 한답니다.여기 화면에 1200원 찍혔네요?"가만히 들고 계셨지만,천천히 인지하고 계셨을 거라는 걸 알고있다.이번엔 쪼그리고 앉아 아기들에게 "이게 바코드야.한번 해볼래?"하고는 씨익 웃어준다.


여전히 할아버지께서는 아이스크림을 들고계셨다.

얼른 조심히 받아들어 화면을 알려드리고 다시한번 시범을 보였다.

아기들은 이미 알아차린 것 처럼 띠ㅡ하고 찍는다.

"우와,너희는 둘인데 아이스크림을 다섯개나 사주셔?정말 좋겠다~"하고 얼른 아이들과 눈을 꼭꼭 마주쳐 줬다.

자랑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눈인사지만 미안함이 자랑으로 바뀌는 마법같은 순간이다.

"이놈들이...이놈들을 늦게 봐서...다해줘"하시며 이뿐 손주자랑을 하신다.

동동거리는 마음속에서 아빠생각이 피어올랐다.


키오스크 놈이 계속해서 할아버지의 5천원을 뱉어낸다.동동거리는 마음이었지만 돈을 빳빳하게 펴서 다시 해보시라고 드렸다.'이번엔 될거예요,어르신.'마음속 응원과는 달리 이놈이 또 뱉어낸다.난 시간이 없고 천원짜리 두장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세장 다 무사히 투입해 드리고,쏟아지는 동전소리에 "왕자님들 안녕~할아버지 계셔서 너희들은 너무 좋겠다."하고 뜀박질을 시작했다.


약속에는 늦었지만,기분이 좋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조차 아기들의 눈에 자연스럽고 든든하게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매일 보는 집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오늘은 손주를 안고 마트를 누비던 아빠의 흔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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