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이나주 Dec 08. 2024

고등어 비린내

할머니께선 어릴 때부터 항상 고등어를 자주 구워주셨다. 

새벽부터 자갈치 시장에 다녀오시면 그날 저녁은 꼭 고등어 구이가 반찬으로 나왔다. 


“할머니 또 고등어야?” 

“옷에 냄새 밴단 말이야!” 


집에 오자마자 집안 가득한 생선 비린내에 투덜거렸던 철없던 그 시절. 

왜 할머니가 구워준 고등어는 왜 그렇게 짜고 딱딱했을까?


나는 촉촉하고 심심한 고등어를 좋아한다. 

할머니께 매번 부드럽게 구워진 고등어를 먹고 싶다고 투덜댔지만 항상 그대로였다. 

껍질이 빠삭하게 구워져 나름 식감은 있었지만 그만큼 살도 단단하게 구워져서 가시를 다 바르고 나면 

고된 손가락 노동에 마디가 욱신거렸다. 


할머니의 고집은 정말 꺾을 수가 없어...“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지금은 내가 직접 고등어를 사서 원하는 굽기대로 구워서 먹는다

손질된 냉동 고등어를 사기 때문에 직접 손질할 필요가 없다

봉지를 뜯어 에어프라이어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왜 마음에 들지 않을까

짜고 단단한 고등어는 싫다고 불평했지만 익숙함은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집에 생선 비린내가 나는 걸 싫어해서 고등어 한 마리 구울 때조차 모든 창문을 열고 환풍기와 공기청정기를 켜며 유난을 떠는데가끔 온 집안에 생선 굽는 냄새가 퍼지던 그때가 그립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집에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풍기던 그 냄새가 내심 좋았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의 저녁이 완성되어 있구나 안심하고는 내가 집에 왔다는 표시를 내고 싶었던 건지 큰소리로 

집에 생선 냄새 배는 거 정말 싫은데..” 라며 불평하곤 했다고등어를 굽고 계시는 할머니와 눈인사만 주고받고 방으로 들어가던 사춘기 소녀였다.


우리는 자주 부딪혔고 의견도 달랐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그런 사이었다

하지만 그 할머니에 그 손주라고 고등어는 무조건 촉촉하게 구워야 한다는 나의 고집은 여전히 꺾을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