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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빠 Jun 06. 2023

4. 앞으로도 아빠랑 오나요?

“여보 하성이랑 하루 종일 심심한데 문화센터 다닐래요?”

문화센터에 수업 중에 활동적이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후기가 많았던 ‘트니트니’를 수강하게 되었다. 막상 가려고 하니 문화센터 수업에 대한 민망한 옛 추억이 떠올랐다. 

하성이가 돌이 되기 전 처음으로 문화센터 수업을 등록한 적이 있다. 육아휴직 중인 아내가 다니기로 했는데 수업 첫날 아내에게 일이 생겨서 조아빠가 대신 갔다. 

하성이와 함께한 첫 문화센터 수업

 돌도 안 된 아이들의 수업은 부모들의 역할이 더 컸다. 처음에는 아들 뒤에 앉아서 강사의 지시에 따랐다. 노래에 맞춰 나눠준 악기를 흔들어 소리로 흥미를 유발하고, 아이 손에 악기를 쥐여 주고는 흔들어 보게 하고, 아이 손을 잡고 강사의 율동을 따라 했다. 하성이가 좋은지 웃으며 악기를 흔들었다. ‘이렇게 좋아하니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쯤 강사가 다음 미션을 전했다.


“아이들을 안쪽으로 앉히고요. 엄마들이 악기를 흔들며 빙글빙글 돌면서 율동하시면 돼요.”


이윽고 음악이 흘러나왔고 강사는 앞에서 진두지휘를 한다. 엄마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율동을 따라 하며 돌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조아빠는 얼떨결에 아이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되었다.


‘이걸 해야 하나? 키 190cm인 내가 돌면 엄청 튀겠지? 그냥 돌기만 할까? 다른 엄마들이 웃는 거 아닌가?’ 엄마들이 의식되어 얼굴도 화끈거리고 심장도 시속 100km로 뛰어 당장이라도 강의실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 순간, 하성이가 보고 있는데 아빠인 내가 안 하면 어린 하성이가 즐기지 못할 거 같았다. 아빠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통해 하성이도 열심히 했으면 하는 생각에 두 눈 딱 감고 율동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문화센터 수업을 이제는 매주 함께 가야 한다.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들이 좋아할 수도 있으니 마음이 어렵더라도 가야 한다는 아빠모드를 발동했다.


첫 수업 시간에 기저귀가방을 메고 강의실 문을 열었다.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빠가 왜 왔지?’의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수업 시작을 기다렸다. 함께 수업을 듣는 엄마들의 시선은 절대 나를 보는 것이 아니겠지만 셀프로 그 시선들을 받아들여 잠깐 기다리는 동안의 뻘쭘함이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엄마는 강하다’ 그럼 ‘아빠도 강하다’ 그 시선을 이겨내고 하성이와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그 후 문화센터 수업에 좀 일찍 도착해서 먼저 자리를 잡고 수업을 기다렸다. 3주가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항상 나와 하성이의 옆자리는 마지막에 오는 그 누군가가 앉는다는 것이었다. 들어오는 엄마들마다 나와 멀리 떨어진 곳부터 자리가 채워지는 거 같았다. ‘아~~ 이곳에서도 이방인인가?’ 조아빠도 어색했지만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아이들과 아빠들이 대부분인 수업에 엄마와 아이가 딱 한 팀 앉아 있다고 상상을 해봤다. 아빠인 나도 선 듯 그 옆자리에 못 앉을 거 같았다. 3주 차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강사가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앞으로도 아빠랑 오나요?”

“네 계속 아빠랑 옵니다.”


강사도 내가 어색했나 보다. 함께 수업을 듣는 엄마들이 나로 인해 다들 어색하고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분위기가 나의 태도를 소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거 같아 속상했다.


 ‘상호야 너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아. 재미있고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잖아. 엄마들의 분위기에 기죽지 말아 사람들 시선을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그냥  하성이와 즐겁게 행복하게 놀다 오면 되는 거야’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짐하며 일부러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기로 했다. 4주 차부터는 강사가 설명을 하면 일부러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호응해 주었다. 활동을 위한 소품을 나눠 줄 때면 옆에 앉은 아이의 소품도 챙겨다 주었다. 일부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엄마들과 대화하고 친해지면서 끝나고 함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는 사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지만 조아빠의 모습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수업을 함께 듣는 엄마들 사이에서 유일한 육아대디. 어색한 분위기가 내 모습을 쭈글이 아빠로 만들었지만 나의 태도를 바꿈으로 똑같은 환경 속에서 하성이와 재미있고  행복하게 10주간의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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